[한마당-권혜숙] 과대평가

입력 2015-09-07 02:03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 행동의 기본적인 목적 중 하나가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그 욕구가 지나치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겨냥해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부자양력(不自量力)’이라는 표현도 썼다. ‘부자양력’은 중국 춘추시대에 정(鄭)나라에 쳐들어갔다가 패퇴한 식(息)나라를 평가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덕을 생각하지 못했고(不度德), 자신의 역량을 가늠하지 못했으며(不自量力), 서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不親親),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 않았으며(不征詞), 자기 과오가 있는지 살펴보지 않음(不察有罪)’을 식나라의 잘못으로 들었다. 2000여년 전의 고사가 어째 오늘날 상황에 쏙 들어맞는 느낌이다.

과대평가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도 냉정하다. 심리학에서는 과대평가와 관련된 특징으로 책임 전가, 권력욕, 허영심, 낙관적 현실주의 등을 꼽는다. 무능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무능한 사람들의 네 가지 특성 중 첫 번째로 과대평가를 들었다. 두 번째로 다른 사람의 진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며, 셋째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모른다고 했다. 마지막 특징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훈련이나 지도를 거치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10월 하순∼11월 초 열릴 전망이고,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훈련이나 지도를 통해’라는 대목이 걸리기는 하지만, 변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니 기대를 품어본다.

권혜숙 차장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