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이젠 뮤지컬까지… ‘신과 함께’ 이은 ‘무한동력’ 관심 폭발

입력 2015-09-07 02:03

드라마와 영화 등 최근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강타한 웹툰 열풍이 올 하반기 공연계로 본격 건너올 조짐이다.

공연계에 웹툰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지난 7월 공연된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신과 함께’다. 이 작품의 원작은 만화가 주호민의 동명 웹툰이다.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단행본으로도 만들어져 3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작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과 죽음을 전통적인 사생관(死生觀)에 담아 ‘한국판 신곡’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김광보가 연출하고 김다현, 송용진, 정동화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를 뮤지컬 화법에 맞게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티켓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예술단 사상 처음으로 외부 투자사로부터 장기 공연 제안을 받아 현재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 함께’에 이어 주호민의 또 다른 웹툰 ‘무한동력’을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이 4일 무대에 올라 2016년 1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1관에서 공연된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의 하숙집에 모여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네이버 연재 당시 평점 9.9점, 매회 댓글수 1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첫사랑’ ‘더 데빌’의 작곡가 이지혜가 작곡과 대본, 작사를 맡았고 배우 박희순이 연출로 데뷔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0년대 청춘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강도하 인기 웹툰 ‘위대한 캣츠비’도 동명 뮤지컬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2007년 초연됐던 이 뮤지컬은 2011년 이후 공연이 중단됐으나, 오는 11월 7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리부트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출 변정주, 작곡 허수현 등이 투입돼 새롭게 만들어진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반대로 뮤지컬이 웹툰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등장할 예정이다. 9월 8일∼11월 21일 대학로 쁘띠첼씨어터에서 재공연되는 뮤지컬 ‘풍월주’는 10월부터 웹툰으로 만들어져 연재된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와 영화 ‘몽타주’ ‘두결한장’, 오페라 ‘선비’ 등이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차원에서 웹툰으로 제작됐지만 뮤지컬에선 처음이다.

2012년 초연된 ‘풍월주’는 신라시대 남자 기생을 그린 판타지물이다. 극작가 정민아가 집필했던 대본을 바탕으로 웹툰 작가 909는 뮤지컬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올 들어 뮤지컬계에서 웹툰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연극계에서는 일찌감치 웹툰이 무대화 됐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2005년 초연 이후 소극장 공연으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장기 공연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제작사 가을엔터테인먼트는 이후 강풀의 ‘바보’와 ‘그대를 사랑합니다’, 남지은-김인호의 ‘우연일까’ 등 웹툰 원작 연극을 꾸준히 올려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외에 하일권 웹툰 ‘삼봉이발소’와 ‘안나라수마나라’도 각각 2011년과 2014년 연극으로 만들어져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웹툰 연극의 경우 원작의 힘으로 관객을 모으긴 했지만, 연극 장르로서의 매력은 높지 않아 주류 공연계나 평단의 관심을 크게 받진 못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은 “가장 참신하고 재밌는 스토리가 웹툰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공연계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뮤지컬 ‘신과 함께’에 원작 팬들이 대거 관람하러 온데서 알 수 있듯 웹툰 자체만으로도 팬을 보유하고 있어서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웹툰의 무대화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재기발랄하고 상상력 넘치는 내용을 무대로 옮기는 과정이 만만치 않은데다,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서울예술단 주미석 프로듀서는 “‘신과 함께’는 우리보다 먼저 여러 회사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제작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스토리를 찾는 제작사에게 웹툰이 원천 컨텐츠의 보고(寶庫)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