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내륙에 있는 몽골. 13세기 칭기즈칸이 드넓은 제국을 건설했으나 지금은 사막화 현상 등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가 됐다.
지난달 23∼28일 ‘한국 월드비전 2015년 몽골 목회자 모니터링 팀’(단장 김원교 목사)이 방문한 바얀혼거르 지역은 몽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한국 월드비전 후원자들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644㎞ 떨어져 있는 이곳은 해발 900∼1926m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대부분 주민들이 목축업에 종사한다.
몽골 월드비전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가축의 털로 만든 캐시미어와 가죽을 팔아 소득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로 가축이 폐사하곤 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난은 특히 아동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아동을 위한 문화시설이 없어 여가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동들은 여름에 식수부족과 미비한 위생시설 때문에 수인성 질병, 치아질환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겨울에는 열악한 주거 및 난방 시설로 호흡기 질환, 결핵, 영양결핍 등의 질병에 노출돼 있다.
유목민이 많기 때문에 아동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으려면 기숙사와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숙사 시설은 낙후돼 있다. 이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아동들이 적지 않다. 특히 중앙계획경제 체계가 붕괴된 뒤 정부의 지원마저 중단돼 학비를 낼 수 없는 아동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만난 사우스럼 빌궁산하(9)·보연자야(6) 자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채 살았다. 자매의 아빠는 일거리가 없어 빈둥거리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자매가 월드비전 후원자와 결연을 맺으면서 희망이 생겨났다. 자내는 교육을 받게 됐고 아빠는 월드비전이 제공하는 농사법 강의와 훈련을 받고 자립에 성공했다. 좋아하던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현재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토마토 등 야채를 생산해 나름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신발 제조 기술도 배웠다. 자매의 엄마도 틈틈이 마을 보건소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가계에 보탬이 된다.
어유 일든(11)양도 월드비전의 결연아동이다. 어유양은 막노동을 하는 아빠를 따라 수시로 이동해야만 한다. 살고 있는 ‘게르(이동식 천막)’에 수도시설이 없어 물을 뜨려면 9㎞ 정도 걸어가야 한다. 노래대회에 나가면 상을 받아오곤 하는 어유양은 장래희망이 가수다. 목회자 모니터링 팀이 노래 한 곡을 신청하자, 학교에서 배운 몽골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어유양의 엄마는 “마을 여성 10∼20명이 한 달에 한두 번 모이는 ‘계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이 ‘계 모임’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아동을 양육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역시 월드비전 결연아동인 모흐 자흐탕(5)군은 곧 유치원에 다닐 예정이다. 모흐군은 목회자 모니터링 팀을 만나자 “경찰관이 꿈”이라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경찰 아저씨의 제복이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아빠 없이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를 안전하게 지켜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모흐군의 엄마 에르퉁 치이코(42)씨는 “월드비전은 지역주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도움을 준다. 마을 전체의 발전을 돕기 때문에 누가 많이 도움을 받았는지 서로 다툴 필요도 없다.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몽골 월드비전은 2006년부터 이곳에서 한국 월드비전의 후원으로 지역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가축사육 농가들을 상대로 가축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교육하고, 소득증대를 위해 가축을 1차 가공해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울타리 만들기, 긴급 사료기금 운영 등을 통해 맹수의 공격이나 사료부족 등 재난 발생시 지역주민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주민들에게 저리로 소액을 빌려줘 작으나마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가내 수공업을 통해 생산되는 물건들을 상품화시켜 판매토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교육사업도 활발하다.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낡은 학교와 기술사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해주고 있다. 학교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에게는 양식을 제공해 영양상태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는 것도 월드비전의 중요한 사역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하고, 지역 내 보건소를 건립해 아동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겨울철 혹한기에 대비해 게르 등 주거시설 지원 사업도 점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빈곤 아동들을 위해서는 월드비전 후원자와 결연을 지원한다. 그러나 지역개발사업의 목표는 후원아동뿐 아니라 지역 내 다른 아동의 삶도 개선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자들이 아동들의 필요와 가난을 더 잘 이해하고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몽골 목회자 모니터링 팀의 단장인 김원교(63·부천 참좋은교회) 목사는 결연을 맺은 이자야(8)양을 만나 학용품, 가방 등을 선물했다. 빙그레 웃는 이자야양에게서 몽골의 미래를 봤다는 김 목사는 “후원아동과 첫 만남이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아이처럼 반가웠다. 안수기도를 해 주었고 앞으로 편지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영근(53·부천 새영교회) 목사도 “후원아동에게 복음사역자가 되라고 축복기도를 해 주었다”며 “월드비전은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며 주민들의 자립을 유도해 보기 좋았다”며 모니터링 소감을 밝혔다.
몽골의 소외 아동들은 한국의 후원자들로부터 받는 편지 한 통에서도 큰 용기를 얻는다.
최종환(56·부천 송천교회) 목사와 결연을 맺은 데쉬 덴브린(11)군은 “한국의 후원자님께 편지를 받으면 무척 기분이 좋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몽골 월드비전 바얀혼거르 지역개발사업장 책임자 알탄게렐 오르혼치멕(36)씨는 “후원 아동과 지역주민을 대표해 한국의 후원자님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며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 몽골 주민들을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간절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몽골=글·사진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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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3) ‘몽골 목회자 모니터링 팀’이 본 오지 바얀혼거르
입력 2015-09-07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