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가도로는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모두 101개가 건설됐다. 2002년 12월 전농동의 떡전고가를 시작으로 2014년 8월 아현고가까지 17개가 철거되고 현재 84개가 남아 있다. 고가도로는 보기에 따라 ‘근대화의 상징’ 또는 ‘개발독재의 산물’로 여겨진다. 서울의 교통을 원활케 한다는 당초 목적과 함께 박정희 정권 홍보용으로도 톡톡히 활용됐다. 그중에서도 70년 8월과 76년 8월 준공된 서울역고가와 청계고가는 대한민국 발전상의 상징물로 인식됐다. 특히 상경한 이들이 서울역을 나서자마자 맞닥뜨리는 높이 17m의 서울역고가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울역고가가 정치적 논쟁을 낳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작년 6·4지방선거 공약대로 이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고가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자 서울경찰청이 제동을 걸면서부터였다. 경찰은 보완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며 시가 제출한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8월 말까지 두 차례 보류했다. 그러자 서울시 부시장과 대변인 등은 지난 2일 경찰이 대체고가 계획 구체화 등 월권을 행사한다며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발끈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군인 박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 등 여권의 의중을 경찰이 따른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치적이라는 것은 서울시의 해석일 뿐 교통대책이 미흡했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박 시장에 대한 압박이 부쩍 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에 앞서 문화재청은 서울역고가 공원화사업 관련 시의 문화재현상 변경 심의안을 부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박 시장 아들의 병역법 위반 고발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일단락됐으나 보수단체들이 계속 의혹을 제기한 사안이다. 박 시장 본인은 메르스 사태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내년 서울의 총선은 박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걷는 도시 서울’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박 시장의 의도와 달리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은 점점 ‘정쟁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잔뜩 벼른다는 소리도 들리고.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서울역고가도로를 어찌할꼬
입력 2015-09-0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