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은퇴목사 위한 ‘늘푸른아카데미’ 김연기 목사 “한달에 한번 강좌로 8년… 어느새 100회네요”

입력 2015-09-07 00:48
최근 서울 종로구 ‘늘푸른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기 목사. 김 목사는 “원로목사들이 늘푸른아카데미를 통해 지금처럼 교양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중앙교회(정의선 목사)에서는 지난달 20일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감리교 은퇴 목회자를 위한 특별강좌 ‘늘푸른아카데미’의 100번째 강좌가 열린 것이다. 강사는 실천신학대학원대 명예총장인 은준관(82) 박사. 은 박사는 ‘한국교회의 마지막 그루터기-교회학교’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예배당을 가득 채운 원로목사 100여명은 경청했다.

늘푸른아카데미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역임한 김봉록(90) 목사와 지난해 12월 별세한 나원용 목사 등이 의기투합해 2007년 6월 시작한 일종의 인문학 강좌다. 강좌는 매달 세 번째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지난 8년 간 철학자 김형석(95) 연세대 명예교수, 김태영(66) 전 국방부 장관, 정근모(76)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이 연단에 올라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행사 실무를 총괄해온 인물은 김연기(82) 목사다. 최근 서울 종로구 늘푸른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강좌가 100회를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떤 강사를 어떻게 섭외해야 하는지, 강좌에 참석한 원로목사님들 점심 비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김 목사는 늘푸른아카데미의 시작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서울 효창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다가 2003년 5월 은퇴했다. 김 목사는 “원로목사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늘푸른아카데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은퇴를 하고 나면 소외감을 느낍니다. 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했지만 은퇴를 하면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을 때도 많아요. 외로운 세월을 보내야 하는 거죠. 이런 상황일수록 원로목사들이 의기소침해 있기보다는 뭔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들은 성경밖에 모른다’는 소릴 안 들으려면 인문학이나 사회학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강좌가 열리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지만 강연이 있는 날이면 참가자들은 아침부터 중앙교회 로비에 모여 안부를 주고받는다. 강좌가 열릴 때마다 중앙교회를 찾는 목회자는 100여명 수준. 이들은 강연을 듣고 늘푸른아카데미가 제공하는 갈비탕 등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귀가한다. 점심 비용과 강사들 강연료는 일선 교회들이 십시일반 후원한 돈으로 마련하고 있다.

“은퇴 목회자는 한국교회의 숨은 버팀목입니다. 이들이 강대상에서 내려온 뒤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면서 자기계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한국교회를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글·사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