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이어 대구시도 국토교통부의 경유택시 도입을 사실상 거부해 사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기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연료 다변화를 앞세워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이 이 같은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경유택시에 적합한 차량이 없고 대기환경개선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경유택시 도입을 무기한 유보한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도 수도권대기질개선사업 등을 이유로 경유택시 도입을 거부했다.
경유택시는 LPG(액화석유가스)가 대부분인 택시 연료를 다변화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이달부터 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침’을 개정 고시해 이달부터 경유택시에 유가보조금(ℓ당 345.54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전국에 경유택시 1만대 도입 방침을 세웠다.
국토부는 이어 전국 17개 시·도에 경유택시를 배정했다. 당초 서울시에 경유택시 2782대를 배정했지만 거부하자 나머지 지자체에 추가로 2782대를 나눠 배정했다.
하지만 경유택시가 각 지자체로 배정되면서 지역 환경단체 등이 대기질개선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경유택시 도입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지자체들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의 무기한 유보 결정은 현재 경유택시로 사용할 차량이 없고 이를 도입할 여건이 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면서 이달부터 택시로 판매되는 경유 승용차는 10년 또는 19만2000㎞ 주행 후 배출가스 관련 부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증 받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기준을 충족해 인증 받은 완성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기존 LPG 택시를 경유택시로 전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준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경유택시를 실제로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유택시를 당장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무기한 유보 결정을 내렸다”며 “다른 지역도 경유택시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도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당초 합의했던 경유택시 기준을 갑자기 강화하는 바람에 새 기준에 맞는 차량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경유택시 도입 ‘딱지’ 맞는 탁상행정… 서울 이어 대구도 거부
입력 2015-09-04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