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기량을 뽐내는 ‘쇼타임’ 같았다. 전반 9분 나온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선제골부터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재성(전북 현대)의 쐐기골까지 시원한 소나기골이 쏟아졌다. 8대 0.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경기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174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8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거뒀다. ‘슈틸리케호’의 한 경기 최다골이다. 지난 6월 1차전에서 미얀마를 2대 0으로 꺾은 한국은 2연승을 내달리며 조 선두를 지켰다. 우리 대표팀은 8일 레바논과 원정 3차전을 치른다.
특히 프리미어리거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은 전반 12분과 후반 29분, 44분골을 몰아쳐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상대의 수비적 대형에 맞춰 그동안 즐겨 쓰던 4-2-3-1이 아닌 4-1-4-1의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석현준(비토리아 FC)을 원톱으로 좌우에 손흥민과 이청용, 중앙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권창훈(수원 삼성)을 세웠다. 수비 구성에서도 공격성을 엿볼 수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던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오른쪽 수비로 내리고 정우영(빗셀 고베)을 그 자리에 배치했다. 정우영은 후방 플레이메이커라 불릴 정도로 수비에서의 공격 전개가 빠르고 정확한 선수다. 왼쪽 수비는 오버래핑에 능한 홍철(수원 삼성)이 나섰다. 홍철은 3개의 어시스트로 ‘도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장현수도 2개의 도움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전반 9분 만에 빛을 발했다. 홍철이 상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센터링으로 연결, 이청용의 헤딩 첫 골을 도왔다. 이청용이 대표팀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것은 2013년 11월 스위스와의 친선 경기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시작은 정우영의 발끝이었다. 라오스는 전방 공격수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모두 수비로 하는 극단적 전술을 펼쳤지만 한국을 막을 순 없었다.
‘찍으면 통한다’의 슈틸리케의 마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이 기어이 골맛을 봤다. 3-0으로 앞서가던 후반 12분 홍철의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로 방향을 바꾸면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동아시안컵 대회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권창훈도 2골을 넣으며 A매치 4경기 만에 첫 골의 감격을 누렸다. 이로써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선수는 7명으로 늘었다. 마지막 골은 이재성의 몫이었다. 교체로 들어온 지 13분 만에 기성용의 로빙 패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하며 월드컵 예선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골키퍼 권순태가 단 2번 공을 만질 정도로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화성=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8-0’손흥민, 해트트릭… 프리미어리거 자축
입력 2015-09-04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