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승절 열병식] 朴 대통령 ‘황금색 재킷’ 입은 뜻은? 중국인들 귀하게 여기고 ‘福’ 상징 색깔

입력 2015-09-04 02:43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 승리 기념식 환영 오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 펑 여사, 박 대통령. 베이징=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황금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행사의 성격과 중국 인민들의 정서를 두루 고려한 ‘패션 선택’이었다.

중국 정부가 민족부흥과 대국굴기의 의미를 담아 전승절 행사를 준비해 왔고, 중국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황금색을 귀하게 여겨온 만큼 이를 감안해 축하의 의미로 이런 복장을 선보인 것이다. 중국인들은 황(黃)색이 드넓은 대지를 상징하며, 복(福)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황금색은 황제의 권위도 상징하는 만큼 정상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공식 예복인 중산복(인민복)을 차려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검정 계열의 양복을 주로 착용한 30개국 정상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황금색 재킷은 단연 눈에 띄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의상은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붉은색 원피스와 묘한 조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선글라스를 쓴 채 열병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은 행사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분열이 시작되면 휴식을 취해도 좋다고 안내했다”며 “행사장에 차양 등 햇빛 가리개가 없기 때문에 (정상들에게) 선글라스를 준비하라는 중국 측의 사전 안내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휴식을 취하면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3, 4세대 중국 최고지도부와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우리 정부의 노동개혁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에게 “독일의 노동개혁안인 ‘하르츠개혁’이 우리 노동개혁에도 귀감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몽골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도 두루 만나 인사를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열병식장이 또 하나의 ‘정상외교’의 장이 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와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각별한 예우는 열병식 이후 댜오위타이에서 진행된 오찬 리셉션장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을 시 주석 부부 바로 옆 자리에 배치하고, 박 대통령만을 위한 전용 대기실도 마련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게 수차례 하달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중국 측은 시 주석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을 전담하는 별도 영접팀을 구성했다. 특히 전날 박 대통령이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연쇄 회담을 하고 시 주석과 별도의 단독 특별오찬을 가진 것도 각별한 예우 차원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한장희 기자, 베이징=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