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 묻혔던 송강 정철 묘지명, 국립중앙박물관 유입 미스터리

입력 2015-09-04 03:20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1536∼93)의 묘소에 묻혀 있던 묘지명(墓誌銘)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송강의 묘지명 도굴 여부와 유통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묘지명은 충북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에 있는 송강의 묘소에 묻혀 있었다. 송강의 묘는 원래는 경기도 고양시 원당읍에 있었으나 조선 현종 6년(1665년) 이곳으로 이장됐다. 그러나 묘소에 묻혀 있어야 할 묘지명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26.5㎝×18㎝의 납작한 사각형 도자기 23개로 이뤄진 이 묘지명에는 ‘정철자묘지(鄭澈磁墓誌)’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신수(新收)-015769-000’이라는 중앙박물관 소장번호도 매겨져 있다. 중앙박물관이 이 묘지명을 소장한 시기는 2000년쯤이다.

그러나 송강의 후손인 영일 정씨 문정공파 문중은 묘지명 도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2008년 국립청주박물관이 충북 진천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면서 이 묘지명도 전시했는데 송강의 묘소에서 출토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도난 사실은 경찰이 지난해 장물아비를 검거하면서 드러났다. 장물아비의 판매 목록에 이 묘지명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후손들은 지난해 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면서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묘지명이 중앙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몇 차례 손바뀜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수사결과 도굴 경위가 확인되면 이 묘지명의 소유권은 문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전=정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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