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제-기획] ‘역직구’ 중국 시장 공략 수출 늘린다

입력 2015-09-04 02:07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솔로데이) 때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 산하 티몰 글로벌에 입점한 지 한 달 만에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후’ 5000세트를 열흘 만에 모두 팔았다.

최근 경기 하강으로 치닫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K뷰티를 이끄는 화장품과 의류 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쟁력 있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 특히 중국의 역직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일 “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병행수입 물품이라도 중국 국내 업자 대비 한국 수입업자 물품을 상대적으로 신뢰한다”며 “무역협회 등과 논의해 국내 업체들이 역직구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도 중국에서 인기 있는 국내 방송 드라마에 중소기업 제품을 노출시키는 등 다양한 수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8조원으로 연평균 35%라는 폭발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시장 규모는 18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보따리상을 단속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화장품 등을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화장품 유통업체로 최근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 한양하이타오는 이를 겨냥해 알리바바 그룹과 후난TV 합작사인 하이타오 인터넷 쇼핑몰에 화장품 전용 한국관을 독점 개설키로 하는 등 해외 역직구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도 아모레,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이 포함돼 화장품 등의 중국 역직구 수출 확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LG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화장품으로만 12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해외 역직구만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매출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역직구를 활성화하려면 중국의 규제를 푸는데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일례로 최근 한·중 FTA 체결로 관세 장벽은 낮아졌지만 의약품 관련 중국 수출 필수 사항인 CFDA(Chin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인증 기준은 강화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CFDA 위생허가 등 중국 진출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중국에 직진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