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교 ‘글로벌 직업교육’ 첫 열매… 독일 냉난방·자동차·유리창호회사 등 잇단 합격

입력 2015-09-04 02:02
독일의 ‘직업훈련 연계 현지 취업’에 성공한 전북 완주 고산고 학생들이 지난 1월 함부르크 항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채상병, 육혜성, 김호진, 송혁군. 고산고 제공

올해 2월 전북 완주에 있는 고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송혁(18)군은 지난 1일부터 독일 브레멘주에 있는 냉난방 회사 홉스테크닉에 출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이역만리에서 직업훈련연계 현지취업 합격 통지를 받고 8개월간 어학연수를 했다.

송군과 더불어 친구인 김호진 채상병 육혜성군 등 3명도 당시 함께 현지 취업에 성공했다. 김군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드 등 2곳의 자동차 회사에서 부름을 받았다. 채군과 육군은 100년 전통의 제빵 회사와 유리창호 회사에 각각 합격했다.

이들은 고산고와 완주군이 공동 추진한 ‘글로벌 직업교육 특화학교 육성사업’에서 첫 결실을 맺은 주인공이다. 특히 대학이나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고 학생들이 해외 취업에 성공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산고는 학생 수가 218명에 불과한 시골학교다. 학교 측은 지난해 10월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공모를 통해 합격한 송군 등 6명은 한일장신대 교수였던 김덕환씨와 이경국 겸임교수의 지도를 받아 독일식 학습병행 교육과 면접 요령 등을 집중 교육받았다. 완주군은 올해 초 농촌학교를 살리고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3500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이들 중 4명이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 지난 1월 독일로 건너가 면접시험에 합격했다. 줄곧 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편지만 보내야 했다.

송군은 앞으로 3년6개월간 직업교육과 회사 근무를 병행하게 된다. 주 중 5일 가운데 3일은 회사에서 일하고, 2일은 직업학교에서 연수를 받는다. 이 기간 학비는 무료이고 월 90만원 정도의 보수도 받는다.

김군은 부족한 언어를 보충한 뒤 내년 초 입사할 예정이다. 채군과 육군은 어학원에 다니며 장래가 더욱 기대되는 목공회사 취업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한 뒤 현지에 남을지 국내에 들어와서 취업할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주군은 의외의 성과가 나오자 올해 이 사업을 2개 학교로 확대했다. 3월부터 고산고와 완주고 학생 10명씩 모두 20명을 선발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산고 이정태 교장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방향과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이 작은 결실을 내서 기쁘다”며 “앞으로 더욱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