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밥값의 정치학… 최경환·이주열 회동 땐 각자

입력 2015-09-04 02:39

“밥값은 누가 내지?”

지난달 2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서울 중구 명동의 뱅커스클럽에서 만났다. 이 질문은 자리에 앉자마자 최 부총리가 던진 것이다.

뱅커스클럽 홈페이지를 보면 저녁 밥값은 1인당 7만7000∼16만5000원이다. 여기에 레드와인이 곁들여졌고 폭탄주도 돌았다. 저녁 자리엔 최 부총리와 이 총재, 양쪽 간부 각각 10명씩 총 22명이 참석했다. 모임은 당초 예상했던 두 시간보다 한 시간 늘어난 밤 10시쯤 끝났다. 최 부총리가 궁금해 하던 밥값은 각자 내는 N분의 1로 정해졌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부총리나 총재가 냈어야 하는데 우리가 내면 국회에서 문제 삼지 않겠느냐”며 “국정감사도 다가오는데 돈 많이 썼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 각자 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끼 식사는 소통으로 연결된다. 2013년 4월 당시 현오석 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가 명동의 설렁탕집에서 만나자 언론의 해석은 이랬다. 설렁탕 등 국밥류는 통상 상생과 공조를 상징한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이견을 보였던 두 사람이 설렁탕을 먹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 부총리는 28일 모임에 대해 ‘친목 도모’만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순진한 언론은 없다.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두 사람은 와인 회동을 가졌다. 이후 국감에서 한은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기자들이 금리 인하를 두고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라고 답한 게 문제가 됐다. 한 경제학자는 “호주 와인 회동에 이은 두 번째 와인 회동에서 각자 밥값을 낸 것은 한은이 정부와 대등한 관계임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