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승절 이후 中·日·北에 요청되는 것들

입력 2015-09-04 00:48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기념행사’가 3일 성대하게 치러졌다.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에선 ‘항모 킬러’ 둥펑-21D 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를 선보였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글로벌 파워를 내외에 과시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중화(中華) 부활을 꿈꾸는 중국인들에게는 자존심을 한껏 세운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가 이번 행사를 경계의 눈빛으로 지켜봤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다수 서방국들은 작금의 중국 군사 굴기(?起)를 걱정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접국인 한국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동맹국 정상이 단 한 명도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미국에 맞서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이미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의식한 듯 기념사에서 “중국은 결연히 평화발전의 길을 갈 것이며 영원히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확장을 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 감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다. 진정으로 평화를 추구한다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동북아 정세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다. 북한 핵 개발은 일본에 핵무장 빌미를 주기 때문에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평시에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북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해 4차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중국의 열병식에 일본 정부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기회에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적 팽창 노력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자극해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겠다. 일본이 끝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추구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본다. 일본 시민들이 안보법안 처리를 결사반대하며 시위하는 것은 이런 국면을 정확히 읽고 있기 때문 아닐까.

북한은 이번에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인식을 가졌을 것이라 믿는다. 중국은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시 결코 북한 편을 들지 않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천안문 성루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대신 박근혜 대통령이 섰다는 사실은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군사적 혈맹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