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병보증금 인상만으론 재사용률 크게 높일 수 없다

입력 2015-09-04 00:47
정부가 내년부터 소비자가 빈병을 소매점에 전달할 때 받는 보증금을 대폭 올리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조치다. 무려 21년간 동결됐던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이 6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로 오른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빈병 회수율을 현재 85%에서 선진국 수준인 95%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주류 제조사들도 빈병 재사용 증가에 따른 연간 약 5억병의 신병 투입 감소로 451억원가량의 이익을 얻게 된다고 한다.

빈병 회수율과 재사용 횟수는 통상 그 나라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우리나라 빈병 재사용 횟수는 8회 정도로 독일 40회, 핀란드 30회, 일본 24회에 비해 매우 적다. 빈병보증금이 너무 적어 인센티브로 기능하지 못한 탓도 크다. 지난 일년간 출고된 소주와 맥주 49억4000만병 중 17억8000만병이 일반 가정에서 소비됐지만 가정에서 직접 반환된 병은 전체의 24.2%인 4억3000만병에 불과했다. 나머지 병들은 전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지 않으므로 수거 과정에서 깨지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지급되지 않은 빈병보증금 570억원은 주류 제조업체의 쌈짓돈이 됐다. 환경부가 오랜 기간 직무를 방기해 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빈병보증금이 인상됐다고 해서 빈병 재사용 횟수가 당장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다. 병 수십개를 카트나 차에 실어 소매점이나 양판점까지 운반하는 게 받는 돈에 비해 여전히 번거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보증금 인상으로 소매점 반환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소주·맥주 소비자가격이 10%가량 인상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빈병수거머신을 설치해 빈병을 넣는 만큼 쿠폰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재활용함에 버려지는 빈병 수거 작업을 사회적 기업에 맡기는 등의 대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원 재순환에 기여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실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