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구슬땀 프로농구 감독을 만나다] <4> 서울 삼성 이상민

입력 2015-09-04 02:19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이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5-2016 시즌 구상을 밝히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 삼성은 지난 시즌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11승 43패로 리그 최하위는 물론 프로농구 역대 최다 점수차(54점) 패배의 불명예도 썼다. 한국 농구를 대표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이상민(43) 감독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한 때 팬들 사이에 ‘삼성 감독은 극한 직업’이라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올 시즌 이 감독은 더 내려갈 곳이 없는 만큼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농구 명가’ 재건을 꾀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지난 시즌 같은 경험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당시 선수들도, 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더욱 팀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올 시즌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선수의 절반 가까이를 물갈이했다. 지난 시즌 울산 모비스 우승 주역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영입했다. 베테랑 가드 주희정도 서울 SK로부터 데려왔다. 이 감독은 이들의 합류로 포스트와 내·외곽에 힘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1순위로 데려온 용병 리오 라이온스가 외곽에서 겉도는 플레이를 하면서 포스트 높이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통 센터이자 최고 용병 라틀리프에 국가대표 슈터 문태영, 3점슛이 강점인 장민국이 가세했다.

이 감독은 팀 세대교체 완성도 올 시즌 목표로 잡았다. 삼성에는 박재현, 임동섭, 이호현, 장민국, 김준일 등 프로 2∼4년차 젊은 유망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감독은 “문태영, 주희정 등 노련한 선수들이 팀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젊은 선수들이 그 사이에서 성장해 나간다면 충분히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시즌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빠른 농구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포워드 문태영, 임동섭, 장민국, 김준일 등이 언제든지 속공에 가담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앞당겨진 시즌 개막으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 감독은 “10구단 감독 모두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라며 “문태영은 대표팀 합류로 손발도 못 맞춰봤다. 시즌은 앞당겨졌는데 외국인 선수는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조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배 한·중 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수비가 거칠었다. 신장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승리를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마음은 늘 우승을 생각하되 팀 리빌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차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로 설정했다. 그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6강을 목표로 하고 그 뒤 차근차근 목표를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