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요양시설 기능 재정립… 죽음교육 서두르자

입력 2015-09-07 02:10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최근 ‘고령화 시대, 노인보건의료정책과 웰다잉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로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고령화 시대, 노인 보건의료정책과 웰다잉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달 14일 제26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걸맞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노인보건의료정책과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논의됐습니다.

◇일시=2015년 8월 14일 오후 2시

◇참석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정윤순 과장, 한가족요양병원 전세일 병원장, 전일의료재단 한선심 이사장, 한국싸나토로지협회 임병식 이사장

◇진행=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홍현기 쿠키건강TV PD

◇방송=2015년 9월 7일 오후 7시20분

-우리나라 고령화의 현 주소는?

◇정윤순=우리나라 인구구조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2.7%, 저출산 현상 지속, 의료기술 발달 등에 따른 기대수명의 증가 등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의료비가 전체의료비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기준으로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11.5%인데 비해, 건강보험 급여비중 65세 이상 노인이 사용한 급여비용 비율은 전체 비용의 34.5%로 약 17조원에 달한다. 2030년 노인의료비는 총진료비의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인순=고령화는 선진국으로 가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는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영양이나 건강상태가 좋아진점, 보건의료 수준이 향상돼 기대수명이 늘어난 점 등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고령화의 경우 초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국내 고령층의 주요 질환 노인보건의료서비스의 수준은?

◇전세일=우리나라 노인층의 경우 암, 중풍,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많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질환 치료보다 예방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빈도가 서양에 비해 더 많은 경향이 있다. 국내 노인 요양시설은 무료, 실비, 유료로 구분되는데 이 중 노인 질병 특성을 다루고 효율적인 진료를 위한 노인전문시설은 거의 없는 상태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상호 연계체계가 미약한 실정이다.

◇남=2014년 복지부 노인실태조사 결과, 어르신들의 만성질환률이 89%에 달함. 만성질환을 2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99%.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치매 노인이 64만8000명, 2024년 초고령사회가 되면 치매환자가 1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 노인의료비가 2013년 17조5200억원, 전체 의료비가 50조원으로 34.2% 정도를 차지한다. 고령화로 노인인구 진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만성질환을 비롯한 노인성 질환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보건의료 정책 평가와 노인보건의료서비스 질 강화 방안은?

◇정=정부는 노인층 대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틀니, 임플란트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예방접종 대상자도 보다 넒히고, 관절염 환자에 대한 무료 수술 지원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치매의 경우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치매 어르신들이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제도를 개선했다. 이외에 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 노인층의 사회참여 활성화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는 것도 정책의 방향이다. 특히 복지부는 노인보건의료 정책 비전을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와 활동적 노년(active ageing) 실현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비전하에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건강 형평성 강화’, ‘질병중심에서 기능중심으로 노인보건의료정책 패러다임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임병식=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은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영적인 건강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보건의료정책 방향도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영적인 영역도 함께 돌보고 지원할 수 있도록 가야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예방의학 프로그램인 자연의학이나 자연치유학 등을 안내 지도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갖춰져 있는 만성기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호스피스 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기존 요양병원과 요양기관을 활용한 호스피스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선심=정부가 시행하는 노인보건의료정책이 보장성 강화, 질환 예방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령화 시대에 맞게 잘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국가의 재정을 고려했을 때 고령화 시대에 맞게 노인의 인구의 연령대를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노인의료서비스 질 강화를 위해 대체의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인보건의료는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정책을 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남=OECD에 비해 아직도 노인층의 건강보험 보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보건의료체계가 민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경우 빈곤한 계층이 많아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노인의료 체계 자체가 아직 미정립돼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전=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점 중 국내 노인의학 분야가 아직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질병이 있거나 아픈 노인들이 질병 치료나 돌봄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질 강화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한=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료인이 상주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그러나 입원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다. 요양병원에는 신체기능 저하군을 입원하는데 제한을 두고 요양시설에는 고위험군 환자를 못 받겠끔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요양병원과 시설의 환자 구별은 없고 인력만 다른 구조를 갖고 가고 있는데 이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현재 요양병원은 규제를 위한 규제 법규가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 당직 의료인 제도의 경우, 10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에는 의사가 2명 또는 3명이 있다. 그런데 3명이 365일 8시간씩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요양병원이 자체적으로 간병과 시설투자를 한다고 해도, 부실하게 운영되는 요양병원과 수가에서 차이가 없다보니 선뜻 시설투자를 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부실한 요양병원과 동일하게 평가받는 경우가 다수 있다.

◇정=노인층에게 특화된 의료체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요양단계에서 기능이 잘 정립이 안돼 있다보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재정립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요양병원 이외에도 회복, 전문재활, 호스피스 등 기능별로 분화될 필요도 있다. 요양병원 의료의 질 관련해서 운영을 잘하는 곳도 많지만, 시설인력기준 등이 미흡해 운영이 부실한 요양병원도 다수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이 병원답게 의료 기능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수한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보상체계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고, 부실한 곳은 퇴출시키는 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 현재 요양병원 관련 수가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개편안을 만들도록 하겠다.

◇남=중요한 것은 요양병원 관리감독을 정부(보건복지부)가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 또한 각 지자체별로 요양병원 운영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협력이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본다. 국립요양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수가 아주 적고, 민간 위탁운영 방식이다. 정부가 국공립요양병원을 30%까지 확대해서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질 관리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가 요양병원의 의료전달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전=요양병원이 수에 있어서는 많이 있지만, 요양병원별 의료서비스의 질 수준이 차이가 너무 많다. 따라서 정책적인 차등화를 통해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은 패널티를 주는 등 차별화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들도 요양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하고, 정부도 요양병원 특성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시대에 필요한 것과 웰다잉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한=고령화에 대비 각자 경제적인 독립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인층에 대한 다양한 정서적·심리적 교육도 필요하다. 또한 웰다잉의 경우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죽음예비 교육을 받음으로써, 남은 여생를 좀더 의미 있게 살 수 이도록 해야 한다. 죽음예비 교육으로 품위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웰다잉’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전=고령화시대에 고령의 개념과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웰다잉을 통해 개인과 가족, 사회와 국가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완화시켜주려는 인식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웰다잉 인식 확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 학계의 노력이 필요하고, 죽음교육 등 관련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노력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임=품위 있는 삶의 운용과 마무리를 위한 죽음준비 교육은 고령화시대에 필요한 것이며, 웰다잉 인식 확산에도 중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래성 회복과 삶의 지혜를 깨닫고 죽음교육을 통한 나눔 실천 등 100세 시대 아름다운 죽음 ‘웰다잉’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죽음을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실천하는 웰다잉 인식 확산은 중요한 사회적 변화다. 이와 관련 올 8월부터 공적 영역에서는 처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죽음, 그리고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 주제로 웰다잉 준비 교육과정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효과성 검증 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온·오프라인으로 웰다잉 준비교육을 제공하는 본사업을 시행하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연명치료 중단과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등에 대한 공론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종교계, 법조계, 의료계, 사회복지계, 시민단체, 일반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함께 대화로 이와 관련된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

◇남=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령화에 범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노인이라면 겪게 되는 노인의 경제적 문제, 건강문제, 역할상실, 소외감 등에 대해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강화하고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노인적합직종 확충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이 필요하다. 노인성 질환의 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율 및 공공의료 확충,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재정립 및 요양서비스의 질 향상, 노인 사회참여 및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리=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