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승절 열병식] 朴 대통령 열병식 참석 의미… 명실상부 ‘政熱經熱’ 한·중 새로운 도약 천명

입력 2015-09-04 02:45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 승리 기념식 환영 오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 펑 여사, 박 대통령. 베이징=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3일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한·중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명실상부한 ‘정열경열(政熱經熱)’ 단계에 돌입했음을 천명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한·중 간 항일투쟁의 역사를 공유함으로써 일본 견제 공동전선을 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에서 박 대통령에게 최고 예우를 하며 밀착된 한·중 관계를 유감없이 과시한 반면 얼어붙은 북·중 관계의 단면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중, 한반도 및 동북아 대응 다목적 카드=박 대통령의 이번 행사 참석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반면 60여년에 걸쳐 혈맹관계였던 북·중은 2011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관계조정 국면으로 추락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굴기(軍事?起)’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견제와 우려 속에서도 전승절 열병식 참관을 결정했다. 여기엔 우리 정부의 한·중 외교를 통한 다목적 카드가 배경에 깔려 있다.

우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심화 발전을 기대한 측면이 크다. 북핵 문제를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거론하며 “한·중 간에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일투쟁 역사 공유, 대일 압박 공동 메시지=이번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한·중 양국이 항일투쟁의 역사를 공유함으로써 한목소리로 대일(對日) 압박 메시지를 던졌다는 의미다. 한국의 광복 70주년이자 중국의 전승 70주년인 올해 일본에 과거사 인식을 올바르게 정립할 것을 압박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평가를 바탕으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화합·협력을 (일본에) 촉진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과 함께 중국 팔로군,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등 중국의 항일전쟁 주력부대 분열 현장을 지켜봤다. 또 상하이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박 대통령이 전승절 참석 계기에 일제 강점기 우리 독립투쟁의 본산이던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하기로 하자 청사 재개관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시 주석은 2013년 6월 첫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 요청에 통 크게 화답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기념 표지석 설치를 요청하자 수개월 뒤 하얼빈(哈爾濱)역에 아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설립해줬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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