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밀월시대, 北을 밀어내다… 朴대통령, 中 열병식 참석 61년 前 김일성 자리에

입력 2015-09-04 02:45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성루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며 각국 정상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 오른쪽 사진은 1954년 10월 1일 북한 김일성 주석(왼쪽)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바로 옆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 베이징=서영희 기자,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처음 ‘중국의 심장’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의 ‘군사굴기’ 현장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23년 한·중 수교사(史)의 커다란 전환점임과 동시에 ‘혈맹’이었던 북·중 관계 추락의 단면도 여실히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1시간30분 동안 천안문광장에서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를 참관했다. 한국 정상이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각별한 예우를 받으면서 한층 밀착된 한·중 관계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성루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였다. 성루에는 30개국 정상과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천안문 단문(端門) 남쪽광장에서 시 주석 부부 바로 옆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시 주석과 나란히 성루에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외국 정상 30명 중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성루 좌석도 가까이 마련한 것은 큰 배려이자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국의 항일영웅모범부대인 팔로군(八路軍),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 신사군(新四軍) 등 노병들의 분열도 지켜봤다. 각각 광복 70주년, 승전 70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의 두 정상이 항일 독립투쟁의 역사를 다시 한번 공유하면서 일본에 과거사 인식 재정립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반면 1954년과 1959년 두 차례 북한 김일성 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와 함께 천안문 성루 중앙에 섰던 북한은 중심부에서 완전히 밀려나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북한 대표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성루 오른편 끝쪽에 자리했다. 반세기간 이어졌던 ‘조·중(朝中)친선’ 관계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전승절 참석을 통해 한·중 밀착은 물론 강력한 대북 압박 공조,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이 제기할 수 있는 한국의 지나친 ‘중국 경사론(傾斜論)’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기념행사에 이어 시 주석이 주최한 정상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뒤 오후 상하이(上海)로 이동했다. 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과 동포간담회, 한·중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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