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호수 같은 바다다. 그렇다고 갇힌 공간은 아니다. 태평양으로 열려있고 만주, 몽골, 시베리아에 닿을 수도 있다. ‘환동해(環東海)’는 동해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한국·북한·러시아·일본이 에워싼 동해, 홋카이도와 사할린 해협 건너 오호츠크해, 캄차카 반도 너머 아메리카 대륙과 이어지는 베링해까지 포함된다.
책은 환동해 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다룬다. 해양을 중심으로 역사가 서술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문명을 형성했던 몽골, 시베리아를 정복한 러시아 문명사에서 환동해 네트워크는 중요한 지정학적 요소로 작용해 왔다. 환동해 문명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환동해의 해상 실크로드로 연결된 만주의 동북3성을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환동해 루트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한다. 우리나라도 환동해 네트워크를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경제 개발의 새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민속학자인 저자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소민족의 문명이다. “‘작고 국가 없는 사회의 기록 없는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야 말로 환동해 문명사를 기술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바다의 생태적 순리를 따랐던 이들이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문수정 기자
[손에 잡히는 책] 바다의 생태적 순리 따랐던 소민족의 문명
입력 2015-09-0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