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최범선] 품는 지혜

입력 2015-09-04 00:56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여유 없이 조급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무엇엔가 쫓기는 듯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여유란 찾아볼 수 없다. 옆을 바라볼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간다. 아마도 이런 열정이 한국사회의 경제적 풍요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우리는 여유 없이 바쁘게 달려오며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와서 언제부터인가 이웃을 바라볼 여유조차 다 잃고 말았다.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니 이웃을 이해하기보단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에 익숙해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치유하기 힘든 병에 걸렸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무서운 사회가 되고 있다. 이웃을 바라볼 여유를 잃고 달려 온 결과 이웃이 아파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음 아픈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그 옛날이 훨씬 풍요로웠다. 오히려 주변을 살피고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베푸는 삶을 살았다. 수제비를 끓이면 이웃을 초청해 함께 먹었다. 직접 만든 칼국수도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어쩌면 이런 작은 여유와 나눔이 힘들었던 그 시절을 이기게 만든 힘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그때보다 여유가 있지만 마음의 여유는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적인 풍요 속에 오히려 우리는 더 큰 공허함을 느끼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면 화부터 터뜨리게 된다.

여유 있는 삶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울 사도는 갈등을 빚고 있는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향하여 이같이 권면했다. “고린도인들이여 너희를 향하여 우리의 입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이 넓어졌으니 너희가 우리 안에서 좁아진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 심정에서 좁아진 것이니라 내가 자녀에게 말하듯 하노니 보답하는 것으로 너희도 마음을 넓히라.”(고후 6:11∼13) 마음이 좁아져 갈등을 빚고 있으니 마음을 넓히라는 것이다.

넓은 마음! 그것은 결국 품는 마음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참 묘한 부분이 있다. 어떤 때는 바늘 끝 하나 들이밀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좁아질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을 다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가 바울 사도의 권면과 같이 넓은 마음으로 모두를 품는 지혜를 모은다면 여유로운 마음가짐 속에 진정한 풍요로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앞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리던 삶에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공동체를 바라보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주변에 있는 가까운 이웃부터 품어보자. 그들이 내 마음에 꼭 맞아서가 아니라 옆에 있기에 있는 그대로를 품어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모순이 나를 화나게 하고 힘들게 하더라도 내가 속한 공동체이니 품는 지혜로 먼저 품어보는 결단을 해보자. 품고 있으면 나를 화나게 하고 아프게 하던 모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넓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지혜가 이 가을 우리 모두에게 풍성하길 소망해 본다.

최범선 목사 (용두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