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플레 공포’ 부른 G2 리스크

입력 2015-09-03 03:18

중국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G2 리스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0% 부근에 머물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급락세와 중국 증시 불안이 부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켜 저성장 우려를 확대재생산하는 중이다.

많은 나라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좀처럼 제로(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를 기록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요 물가지표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상반기에 1.3%를 유지하다가 지난 7월 1.2%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2분기 물가상승률은 0.2%, 일본은 0.5%를 기록했다. 한국도 9개월째 0%대에 그치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나 인하됐지만 디플레 우려는 여전한 실정이다.

글로벌 디플레 공포는 중국 때문에 다시 증폭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된다는 우려가 원자재 가격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도 중국의 원자재 수요를 줄여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어서 디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 유가는 중국발(發) 불안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배럴당 38.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잠깐 반등해 31일 49.2달러까지 올랐으나 1일 다시 45.41달러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2일 개장과 함께 미 다우지수 상승 영향으로 전날보다 1.65% 오르는 등 유가 흐름은 불안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OPEC의 감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단기간 내 글로벌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세도 유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가 폭락을 예상해 막대한 수익률을 기록한 헤지펀드 매니저 피에르 앤두랜드는 “내년과 2017년에도 원유시장 과잉공급 상태가 지속돼 앞으로 2년간 WTI 가격은 25∼50달러 범위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크게 낮춘다면 디플레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애널리스트 엘버드 에드워즈는 “투자자들은 아시아에서 오는 디플레 물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BNP파리바의 로렌트 머트킨은 “각국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경기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에 의문이 생긴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은 ‘정책 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과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원자재 가격 급락이 이어지며 글로벌 증시도 지난달 한때 패닉을 경험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 여파로 1900선이 붕괴된 채 출발했다가 겨우 1910선을 지키며 마감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미국과 중국 변수에 좌지우지되고 있어 당분간 1900선에서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