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커져 韓, 신중하던 中 설득 성공

한·중 정상은 2일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방침과 시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3국 정상 간 회담에 가장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중국을 우리 정부가 설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에는 우리나라에서 한·중·일 정상이 대화 테이블을 차릴 수 있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상호 편리한 시기’까지 언급하며 사실상 연내 개최에 의견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같은 의제를 논의했다. 경제협력 등을 주로 논의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중국은 국가주석이 아닌 총리가 참석한다. 서울 또는 제주에서 회의가 열리면 박 대통령과 리 총리, 아베 총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한·중 두 정상의 합의는 3년 넘게 열리지 못했던 3국 정상회의의 재개와 더불어 상설 협의체로 서울에 설치된 한·중·일 정상회의 사무국 체제가 정상화 수순에 돌입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3국 정상이 늦가을 한국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느슨해졌던 3국 간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중국발(發) 경제위기 국면마저 조성되는 현 상황에서 한·중·일이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로선 숨통이 트이게 된다.

지금까지 중국은 일본의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를 내세워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우리 측이 지난 2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3국 정상회의의 구체적 일정을 제시했음에도 미지근한 반응만 보였다. 특히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가 나오자 더욱 적극적으로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시 주석이 힘을 실어줌으로써 3국 외교 당국의 실무 조율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3국 정상회의로 상징되는 한·중·일 협력체제 복원을 주도해 동북아에서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외교적 활로’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회의가 열리면 아베 총리의 방한 및 한·일 양자 정상회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선 최대 양자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해결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3국 정상회의는 1999년 필리핀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에 처음 열렸고, 2008년부터는 아세안 회의와 별도로 매년 한·중·일 3국을 돌며 다섯 차례 열렸다.

그러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 열도와 역사 문제 등으로 중·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과거사 왜곡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2012년 5월 베이징 회의 이후 중단된 상태다.베이징=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