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이끄는 ‘미니 대표단’ 특별기 아닌 일반 항공편 이용

입력 2015-09-03 03:03
최룡해(사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차 2일 오후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최 비서는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도착한 뒤 오후 4시40분(현지시간)쯤 중국 남방항공 CZ6105 편을 이용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최 비서는 오후 4시55분쯤 VIP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차량을 이용해 공항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공항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경호원,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최 비서를 영접 나온 장면이 목격됐다. 지 대사 차량을 포함해 검은색 차량 5∼6대가 줄을 지어 공항을 빠져나갔다.

3명으로 구성된 이번 방중 대표단에는 최 비서 외에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아시아 담당인 이길성 외무성 부상이 포함된 것으로 일본 교도통신의 평양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육군 상장(별 세 개)인 노 제1부부장은 지난해 11월 최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할 때 동행했던 인물로, 지난 7월 초부터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 비서와 일행을 평양 국제공항에서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 이일환 노동당 부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전송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최 비서는 당초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방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일반 항공편을 갈아타고서야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는 최 비서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5일 열병식 참석 국가 지도자 및 정부 대표, 특사 등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최 비서가 특사 자격으로 오는 것이 아니란 점을 확인한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또한 최 비서가 북한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만 보도해 그가 특사가 아님이 다시 확인됐다.

한편 중국이 70주년 전승절을 국제 행사로 성대하게 치러 ‘대국굴기’ 진면목을 선보이려는 상황에서 ‘혈맹’을 자처해온 북한은 내내 침묵만 지키고 있다. 권력서열 6위인 최 비서를 사절로 보냈을 뿐 대규모 참관단도, 진심어린 축하 논평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 배경에는 이미 중국 5세대 지도자와 북한 3세대 지도자 사이의 희석된 동맹 열기,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책임대국’ 정책, 이런 중국을 바라봐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불안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김 제1비서에 대한 ‘최고 예우’ 요구를 무시한 채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