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확고한 ‘북핵 불용’ 원칙을 견지하며 사실상 북한을 직접 겨냥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미 행해진 북한의 무력도발은 물론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향후의 위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한·중 강력한 대북압박 의지 천명=한·중 양국 정상은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형태의 무력도발이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으로 표현된 문구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물론 최근 벌어졌던 북한의 지뢰 도발 등 군사적 위협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중 양국이 같은 목소리로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두 정상은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을 주목하면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한·중 양국은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공동성명 및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북·중 관계 특성상 북한 문제에 대해선 자극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 북핵 능력 고도화 우려가 커지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해 왔다. 특히 최근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중국이 보여준 입장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21일 남북 양측을 의미하는 ‘각측’(각방·各方)이라는 관례적인 표현 대신 ‘관련 측’(유관 방면·有關 方面)이라고 해 사실상 북한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도 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 및 8·25 남북 합의와 관련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데 중국 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한·중 양국 간에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의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보여주었고,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 단면이기도 하였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주목하고 각자 구상 실행에 있어 상호 연계 가능성도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북핵 관련 표현은 기존 5차례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내용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은 다자회의 계기에 열린 것인 만큼 별도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 계기=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앞으로 한·중 관계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공식 초청에 호응해 참석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한·중 관계 발전 의지가 강하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 정상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박 대통령은 앞으로의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등을 고려해 결단을 내린 상태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한국을 중국의 주요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두 정상이 양국 관계에 대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최근 2년 반 동안 4대 전략대화 채널 출범 등 전략적 소통 강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등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구축, 인적 교류 연간 1000만명 돌파 등 다방면에서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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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사실상 北 직접 겨냥… ‘도발’에 강력 경고
입력 2015-09-03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