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 터뜨린 중학생, 초등학교 2차 테러 계획했다

입력 2015-09-03 02:59
1일 서울 양천구 모 중학교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이모군이 경찰에 검거될 당시 갖고 있던 폭죽과 휘발유 등 증거물.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A중학교에서 휴대용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이모(15)군이 초등학교 등을 대상으로 ‘2차 테러’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은 학교 정문으로 들어와 불을 지르고 동영상을 찍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이군을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 중단 위기학생’으로 분류했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이중인격)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온적 대응으로 범행을 방지하지 못했다.

◇2차 범행도 준비=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이군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범행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군의 재범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전날 검거 당시 10개들이 폭죽 2통과 휘발유 500㎖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군은 부탄가스 폭발 직전 빈 교실에서 학생 4명 소유의 현금 7만3000원과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을 훔친 사실도 밝혀졌다. 지하철과 택시를 갈아타고 도주하는 도중 대형마트에 들러 휘발유를 훔치기도 했다. 이군은 “다니던 서초구 B중학교와 옆 초등학교에 몰래 들어가서 불을 내려고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군은 당초 B중학교에서 범행을 하려고 했지만 보안이 철저해 이전에 다녔던 A중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붙잡히지 않았다면 서초구에서 재차 범행할 계획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이군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등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키는 방법 등 범행 수법을 배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의 주요 총기난사 범죄가 여과 없이 노출되는 동영상을 보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이군이) B중학교로 옮긴 뒤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A중학교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던 지난해 2월 B중학교로 전학한 이군은 과대망상 등으로 학교에서 상담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B중학교 화장실에 방화를 시도하다 실패한 뒤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관할 교육청은 이군의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등교 정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군은 B중학교에 학적을 두면서 위탁형 대안학교로 보내졌다.

◇외부 침입에 ‘무방비 학교’=이군은 범행 당시 대낮에 학교 정문을 유유히 통과해 빈 교실로 올라갔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불을 질러 부탄가스를 폭발시켰다. 학교에는 배움터지킴이가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외부인은 정문에서 출입기록을 하고 방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당시 배움터지킴이 1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군이 출입할 당시 정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학교 안팎을 순찰하는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하고 있다. 배움터지킴이는 학교당 1∼2명으로 전국 1만1086명(4월 기준)이다. 하지만 주로 퇴직 교사나 노인 일자리사업을 통한 고령자가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학교 안전을 완전히 맡기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학교전담경찰관(스쿨 폴리스)이 있지만 경찰관 1명이 10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물리적 한계가 있다.

서울시내 국공립초등학교에는 배움터지킴이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학교보안관이 근무하지만 번번이 외부 침입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학교의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에 대한 규정은 사실상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배움터지킴이를 학교당 몇 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은 없다”면서 “지방자치단체 모니터링 센터에서 교내 CCTV를 모니터링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1∼2명 있는 배움터지킴이와 10개 학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만으로는 외부인을 100% 통제하기 힘들다”면서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 인력을 늘리거나 배움터지킴이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외부인이 저지른 학교 내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의 순찰을 강화하고, 위험 요소를 스마트폰 앱으로 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훈 심희정 김판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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