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가난이 죄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을 해부했다. 조직적인 사기로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금융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데 반해 가난한 사람들은 경미한 질서 교란 행위 때문에 감옥에 가는 현실을 대비시켰다.
이 같은 양극화에는 미국 사법부도 일조했다. 대형 은행들은 범법 행위를 하다 적발되어도 거액의 과징금만 내면 그만이다. 감옥에 갈 일은 없다. 그 돈마저도 회사 주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법치주의는 서서히 퇴색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팽배해지고 있다. 실패한 자, 가난한 자, 약한 자를 범죄자로 몰아 가두고, 강한 자, 부유한 자, 성공한 자의 위법 행위는 눈감아 준다.
복지 담당 조사관이 수급자의 팬티까지 들어 보이는 행동은 가난을 죄악시하는 미국 관료주의의 단면을 드러낸다. “조사관이 경멸 어린 표정으로 팬티를 끄집어 들었다. 여기서 핵심은 ‘멸시’다. 조사관의 행동은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복지 급여에 의지해야 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감히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되고, 야한 팬티 한 장 지니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이순희 옮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손에 잡히는 책]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 시스템 해부
입력 2015-09-0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