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北, 혈맹 성대한 잔칫상에 침묵 왜… 위협받는 北-中관계 방증

입력 2015-09-03 02:47
중국이 70주년 전승절을 국제 행사로 성대하게 치러 ‘대국굴기(大國?起)’ 진면목을 선보이려는 상황에서 ‘혈맹’을 자처해온 북한은 내내 침묵만 지키고 있다. 권력서열 6위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사절로 보냈을 뿐 대규모 참관단도, 진심어린 축하 논평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 배경에는 이미 중국 5세대 지도자와 북한 3세대 지도자 사이의 희석된 동맹 열기,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책임대국’ 정책, 이런 중국을 바라봐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불안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중국 전승절에 대해 북한이 드러낸 ‘액션’은 최 비서 파견뿐이다. 최 비서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들고 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출발부터 ‘격(格)’이 달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북한 언론은 최 비서가 오후 4시40분(현지시간)쯤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뒤늦게 최 비서의 평양 출발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 승리 70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승절은 우리로 치면 광복 70주년에 해당하는 행사로, 항일운동을 권력 기반으로 삼은 북한으로선 김 제1비서가 직접 대규모 참관단을 이끌고 갈 만했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8·25합의’를 강조하는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만 내놨다. 한·중 관계가 공고해지는 데 대한 ‘시샘’만 내비친 셈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김 제1비서에 대한 ‘최고 예우’ 요구를 무시한 채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의 냉랭한 관계는 앞으로도 반전 계기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에 이은 5세대 지도자다. ‘인민’이 지지하는 권력 기반의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세습권력을 물려받은 김 제1비서에 처음부터 ‘빚’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북·중 혈맹 열기가 이젠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세계 2강(G2)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북한의 존재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운신을 좁히고 있어서다.

강준구 기자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