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이상직 이스타항공 설립자] “실용성으로 독과점 돌파… 저비용 항공사 앞날 밝다”

입력 2015-09-04 02:42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활성화로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 설립자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2·전주 완산을)은 맨주먹으로 중견기업을 일궜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이희호 여사가 방북할 때 이용한 것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다. 이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고학을 하던 시절과 증권회사 월급쟁이 생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 등을 들어봤다. 그는 취업난과 실업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도전정신과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야당 의원이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적극 지지했다.

-이 여사가 방북할 때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는데.

“저비용 항공사가 최초로 평양을 다녀왔다는 의미가 있다. 북측이 고려항공을 제안했는데 이 여사가 사양했다고 한다. 일반 국내 항공은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이스타항공은 3200만원을 김대중평화센터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 항공사가 실용적인 가격으로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어서 뿌듯하다.”

-학창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학을 했고, 월급쟁이 생활도 했다던데.

“고교 때 큰형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출도 했다. 대학은 둘째 형 집에서 다녔는데 거의 학교를 가지 않았다. 학교 가서 라면이나 밥 사먹을 돈도 없어 아예 학교에 안 간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푸시맨도 해보고 레스토랑에서도 일했다. 군대에 갔다 와서 현대그룹 공채에 합격했다. 증권회사에 배치돼 펀드매니저, 영업, 기획 다 해봤다. 펀드매니저는 미국과 중국 등 거시환경, 산업환경, 미시적인 기업환경 등 모든 것을 리얼타임으로 보면서 판단한다. 프로들만 살아남는다. 10년 정도 증권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노조 간부로 활동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고 사실상 회사에서 잘렸다.”

-사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나.

“프리코스닥에 투자해 벌었다. 증권회사 직원들은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프리코스닥 투자는 할 수 있다. 당시 투자한 것이 대부분 10배씩 올랐다. 몇 십억원가량의 시드머니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식투자보다는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플랜트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인수했다. KIC라는 상장회사다. SK, 포항제철, GS 등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였다.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기업이 단가를 후려치는 등 횡포를 부리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항공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어릴 때 시골(전북 김제)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꿈을 키웠다. 항공대를 지원했다가 시력이 좋지 않아 떨어졌다. 여기에 독과점을 깨고 싶은 생각도 강했다. 통신, 유류, 항공, 카드 등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 소비재 부분이 다 독과점으로 돼 있다. 항공은 1970년대 미국에서 독과점이 깨지고 저비용 항공사가 시장에 진출했다. 유럽 라이언에어가 1990년대, 에어아시아는 2000년대 설립됐다. 그 항공사들 마켓셰어가 1등이다. 독과점 시장을 깨고 실용적이고 저렴한 가격을 제공했다. 싸구려 비행기가 아니라 안전하고 좋은 비행기로 시장에 진입했다.”

-저비용 항공사들이 사업 초기에는 어려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제일 후발 주자인데 자동항법장치가 있는 항공기를 도입했다. 다른 선두 주자들은 처음에 프로펠러기를 도입해 고전했다. 결국 프로펠러기를 다 팔고 자동항법장치가 있는 기종으로 바꾸면서 저비용 항공 시장이 열리고 독과점이 깨졌다. 독과점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청주공항의 경우 이스타항공을 띄운 지 7년 됐는데 중국 노선을 뚫으면서 적자에서 흑자 공항으로 전환됐다. 청주 인구도 늘고 일자리도 늘었다. 그러자 일부에서 ‘저가항공’이라는 말로 흠집을 냈다. 저가항공이란 용어는 안전하지 않은 싸구려 느낌이 난다. 저비용 항공은 실용적인 가격으로 비용을 줄였지만 비행기는 안전하다.”

-노선 독과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 세계가 오픈스카이로 가는 추세인데 우리는 노선이 독과점이다. 예를 들어 인천∼몽골이 독점, 삿포로는 과점이다. 3시간 거리인 몽골까지 30만∼35만원 받으면 된다. 그런데 60만원대를 받고 있다. 독과점은 가격을 임의로 정한다. 독과점을 깨지 않는데 대해 양국 정부는 서로 핑계를 대고, 독과점 항공사들의 로비와 정부 내 ‘칼피아’들이 있다. 그 피해를 국민, 소비자들이 본다.”

-국회의원이 된 후 몰두하고 있는 일은.

“공정한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통신요금의 경우 1년에 한 사람이 10만원씩만 바가지 쓴다고 하면 휴대폰이 5000만대라고 칠 때 5조원이다. ‘통피아’들은 통화 품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해야 된다고 하지만 기지국이 10분의 1 가격으로 떨어졌다. 기술이 발달해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독과점을 유지하면서 통신비를 그렇게 책정하는 것이다. 지금 제4이동통신을 한다는데 하나가 아니라 두세 개 더 해줘야 한다. 경쟁 속에서 통신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건전한 회사에 줘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대기업에 줘야 한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1년에 차 한 대당 기름을 10만원씩 비싸게 판다면 5조원이다. 독과점은 국민들 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 정책인 것 같다.

“1999년에 네이버가 설립되면서 얼마나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산업 구도를 바꿨나. 다음이나 옥션이나 처음에는 적자였지만 지금은 어떤가. 중소기업이 잘 돼야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후려치면 징벌적 손해배상 3배를 부과하는 이른바 ‘이상직법’을 만들었다. 내가 중소기업을 해봐서 안다. 대기업 협력업체들 영업이익률이 물가상승률 밑인 경우가 허다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머슴살이 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창조경제 찬성론자다. 인터넷뱅킹, 핀테크 같은 것도 창조경제로 볼 수 있다. 용어는 다르지만 DJ의 벤처기업 정책과 같은 것이다. 벤처정책으로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400여개에 이른다. 독일처럼 중소기업 중심의 벤처정책을 해야 국가경제가 성장한다. 창조경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사면 소득공제 해주고, 정부가 충전소 깔아주면 자동차 독과점이 깨진다. 대통령은 창조경제 한다는데 정부 관료들은 못 따라가거나 일부러 안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드도 반쪽자리다. 대통령은 하라고 하는데 ‘모피아’들이 기존 은행 이익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관료들에게 기만당하는 대통령이 불쌍할 때도 있다.”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꿈을 갖고, 그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도전해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다.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국회의원이 된 뒤 회사의 백그라운드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기업인 출신은 저하고 안철수 의원 둘 정도이고 새누리당에는 10명 정도 있다. 기업하는 사람은 국회 들어오면 안 된다는 논리로 오해받아 섭섭한 면도 있다. 직무 연관성이 있는 국회 상임위를 못 가게 법으로 정해 놓았고 주식도 공탁했다. 저 같은 경우는 국토교통위에 안 간다. 현재 정무위 소속인데, 국회에 들어온 이후 은행 대출도 전혀 받지 않았다.”

신종수 부국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