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亞 역사 뒤집으려는 국가 있다”… 중-러 ‘新밀월’ 과시

입력 2015-09-03 02:3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과 올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러시아의 신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차 방중한 푸틴 대통령은 2일 시 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양국은 영사관 상호 증설 등에 관한 양해 각서 등 30여건의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조원대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문제도 논의됐다. 서부노선 계약이 체결되면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 지역으로 대량의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양국은 지난해 5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4000억 달러(약 410조2000억원)의 ‘동부노선’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시 주석이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준 데 대한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열병식에 초대받은 외국 정상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참석을 확인하며 시 주석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양국 정상의 만남은 벌써 13번째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환구시보는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양국 관계는) 역사상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장대는 열병식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 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국가가 있다”고 일본을 비판하며 중국과 보조를 맞췄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에 2차 대전 역사를 의도적으로 뜯어고치려 하고 일부 사건을 제멋대로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떤 국가들은 전범과 그 앞잡이들을 미화하며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일제 전범을 단죄한) 도쿄재판 결정을 도발적으로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쿄재판은 제2차 대전 기간 중 일본의 군사 행동을 ‘침략’으로 간주하고 일본의 전쟁 지도자를 단죄한 재판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전후 70년 담화에서 침략의 정의는 “역사가의 논의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옛)소련과 중국은 나치주의와 일본군국주의에 저항하고 반격한 맹우(盟友)”라며 “(양국은) 침략자의 주된 공격을 받아냈고 결국에는 승리하며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줬다”고 전통적 우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베네수엘라와 수단 등 8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대량 학살과 반인도 범죄 혐의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주도 속에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지명 수배된 ‘문제성’ 인물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