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5일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에서 열리는 전주사회적경제한마당에서는 작은 실험이 펼쳐진다. 전주시내 50여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는 ‘지역화폐’인 ‘온(사진)’이 첫 선을 보인다. 참가자들은 환전소에서 현금과 ‘온’을 교환해 농산물과 가공식품, 공예품, 교육·문화 체험 등의 상품을 살 수 있다. 전주시사회적경제도시재생지원센터는 1000원 권과 5000원 권, 1만 원 권 등 세 종류로 모두 6000만원 어치의 ‘온’을 발행해 시범 운영키로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단체들이 ‘지역화폐(지역통화)’를 잇따라 발행,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화폐는 해당 공동체 안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강원도는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지역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 자립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지역화폐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도는 당초 올해 통화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내 1∼2곳에서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50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던 시스템 구축예산이 용역결과 120억원 가까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돼 고심중이다.
전주시는 ‘온’을 앞으로 시내 전 지역에서 통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260여 곳의 사회적 기업에서 먼저 사용하면 지역경제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6년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발행한 경기 성남시는 최저임금보다 15% 정도 높은 ‘생활임금제’에서 초과분을 이 화폐로 줄 방침이다.
대전의 ‘한밭레츠’는 지역화폐 성공사례다. 한밭레츠는 2000년 ‘두루’라는 지역화폐로 문을 열었다. 현재 가입 회원은 680여 가구다. 이들이 지난해 ‘두루’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주고받은 건수는 1만6192건이다. 3억9200만원 상당이다. 한밭레츠가 거래되는 분야는 농산물, 의료, 재활용, 공정무역, 음식, 교육, 생활용품, 품앗이, 대여, 후원, 자원활동 등으로 다양하다.
성남시의 경우 2006년 20억원 어치를 발행했으나 3년 뒤 부터는 해마다 100억원 어치를 만들고 있다. 가맹점 수는 현재 7900여 곳이다.
그러나 초기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위·변조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사용처에 대한 한계 때문에 2009년 ‘온누리상품권’이 나오면서 사그라든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이 유명무실해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위·변조 문제가 항상 도사리고 있어 제작을 처음부터 한국조폐공사에 맡기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투자 대비 실효성이 낮거나 기존 상품권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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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역화폐’ 실험… 경제 자립 藥될까
입력 2015-09-03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