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싸고 맛있는 복숭아 팝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 쳐진 천막 아래 분홍빛 복숭아가 가득 쌓였다. 학생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판매가는 개당 500원. 시중에 판매되는 복숭아(개당 2000∼30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200여개의 복숭아를 팔기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동났다. 3일에도 다시 ‘과일 좌판’을 연다고 하자 학생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왜 대학 총학생회가 과일장사에 나선 것일까. 복숭아 좌판은 고대 총학생회가 기획한 ‘프룻푸룻’ 사업의 일환이다. 파릇파릇한 과일(fruit)에서 이름을 땄다. 자취생과 취업 준비에 쫓겨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싼값에 과일을 먹이자는 취지다. 청운대 식품영양학과 전예숙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자취하는 대학생은 야식으로 분식과 술을 주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숭아를 사는 데 성공한 공대생 김수지(21·여)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취 중인데 과일을 거의 먹지 못했다. 학생식당에서 나오는 샐러드나 화채 등으로 보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1년째 자취 중인 의대생 신승민(22)씨는 “오죽하면 자취생 사이에서 과일은 ‘청춘의 사치’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과일이 ‘청춘의 사치’가 된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고대 주변 6곳의 편의점·마트를 조사한 결과 아예 과일이 없는 곳이 3곳이나 됐다. 있어도 키위 2개에 5000원, 사과 2개에 4000원 등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내놓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직거래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 안성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정승훈(68)씨를 찾아가 거래를 텄다. 일반 상점에서 파는 복숭아(400g)보다 무게가 조금 적은 복숭아(300g) 2500개를 대량 구매했다. 정씨는 “중간 단계를 거치면 1000원 이상으로 값이 올라간다”며 “올해 수확량이 많아 복숭아를 다 파는 게 걱정이었는데 한시름 놨다”고 했다. 서재우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복숭아 외에 다른 과일도 농가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싸게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세태기획] 대학 총학이 ‘반값 과일’ 좌판 연 까닭
입력 2015-09-03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