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빚 탕감 ‘주빌리은행’ 출범

입력 2015-09-03 00:51
‘주빌리은행 출범식’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다섯 번째)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네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채권 소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희망살림 제공

경기도 성남시는 부채탕감운동 단체인 ㈔희망살림(대표 김재옥)과 손잡고 빚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주빌리은행’을 설립했다고 2일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은행장으로 참여한다.

주빌리은행은 채무자 형편에 맞게 장기 연체자들을 적극 구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원금의 5% 수준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준다.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채무자들은 상환하지 않고 빚을 탕감 받을 수도 있다.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이 낸 상환금 등으로 조달한다. 채무자들을 위한 경제 교육과 캠페인 등도 전개할 예정이다.

주빌리은행은 미국 부채탕감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롤링 주빌리’는 일정 기간마다 빚을 탕감해 주던 성경 속 ‘희년’을 뜻하는 용어다. 2012년 미국 시민단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155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 부채탕감운동을 벌였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를 도입한 희망살림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총 7차례 생계형 채무자 792명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성남시와 공동으로 ‘빚탕감 프로젝트’를 전개해 1억여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시장은 “주빌리은행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시작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서민들의 빚을 탕감해줘야 한다”면서 “부채탕감운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될 때 우리 공동체가 회복되고 경제도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