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내다버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감형된 20대 남성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2심이 살인 혐의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정모(2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형을 선고했었다.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과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아들의 가슴을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PC방에 가려는데 아들이 잠을 안 자고 장난을 친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그는 아내와 별거한 채 어머니가 얻어준 아파트에서 아들과 둘이 살았다.
아들이 숨지자 정씨는 그 길로 집을 나와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열흘 뒤 집에 돌아와 사체를 20여일간 베란다에 방치했다. 정씨의 어머니가 집을 팔려고 내놓자 사체를 100ℓ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1.5㎞ 떨어진 한 빌라의 화단에 버렸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손으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었다. 반면 2심은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며 사체유기·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에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살인 혐의 무죄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정씨의 진술 내용, 폭행의 경위와 정도 등을 종합하면 정씨가 손날로 명치를 내리쳐 아들이 사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PC방 가려고 두살 아들 숨지게 한 20대 아빠… 大法 “살인혐의 무죄 아니다”
입력 2015-09-03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