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朴·시진핑, 10년 우정 ‘라오펑유’… 취임 후 단독 정상회담만 6번째

입력 2015-09-03 02:53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우리 측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 두 번째부터)이, 중국 측에선 리잔수 공산당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두 번째부터) 등이 배석했다. 베이징=서영희 기자

“이웨이라오펑유(一位老朋友·오랜 친구 한 분).”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렇게 박 대통령을 지칭했다. 라오펑유는 중국어로 ‘오랜 친구’ 또는 ‘친한 친구’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우정’은 10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장성(浙江省) 당서기였던 시 주석이 한국을 찾자,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지방방문 일정까지 미루고 그를 만났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만남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후 시 주석은 다른 한국 인사를 만나면 으레 박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한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1월 주변국 중 가장 먼저 특사를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엔 또 친서를 보내 “2005년 한국 방문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해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은 특별 오찬을 준비하는 등 파격 대우를 했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친밀한 관계는 한·중 관계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게 이번이 여섯 번째다. 핵심 동맹국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세 차례였다. 오는 10월 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해도 네 번째다.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몇 번 조우했을 뿐 정식 정상회담은 한 번도 갖지 않았다.

‘라오펑유’는 단순히 두 정상의 친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과의 관계 발전에 오랫동안 공헌한 외국 인사들에게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中國人民的老朋友)’라는 칭호를 공식 부여한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2013년 박 대통령의 첫 방중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양국 우호협력 촉진에 주력해 왔다.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라고 했다.

박 대통령 외에도 이 칭호를 받은 인사는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베트남 호찌민 주석, 북한 김일성 주석 등이 대표적이다. 서방국가 정상 중에는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들과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에드워드 히스 전 영국 총리, ‘무라야마 담화’를 내놓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 등이 눈에 띈다. 한국 정상 중에는 박 대통령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칭호를 받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