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여는 행복] 전신 마비… 그래도 자립 꿈 키운다

입력 2015-09-03 02:02
2000년 교통사고로 목이 골절돼 전신이 마비된 중증장애인 서성윤씨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씨는 “장애를 딛고 작가, 화가, 인권 강사가 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도 많고 몸도 불편하신 어머니가 집 근처 공장에서 청소 일을 하고, 아버지는 경비 일을 해 집안 생계와 제 병원비 등을 감당하고 있어요. 하루빨리 직장을 잡아 첫 월급을 고운 봉투에 담아 부모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동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서 만난 중증장애인 서성윤(34)씨는 이런 소박한 소망을 털어놨다.

서씨는 2000년 교통사고로 목이 골절돼 전신이 마비됐다. 목 아래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어 대소변 처리와 식사, 씻기 등 모든 일상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 당당하게 직업을 갖고 자립하는 생활을 꿈꾸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도 그는 자립생활지원센터 작업실에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붓을 입에 물고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해 경기도장애인문예공모전에서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 작가, 화가, 인권 강사도 되고 싶어요. 주어진 교육기회를 놓치지 않고 찾아서 배운다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

서씨는 자신도 힘들지만 같은 처지의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거친 세상의 파도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도 열고 글을 써서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인권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해 중증장애인 인권 신장을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자립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는 “제가 잘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부모님 곁을 떠나 자립하려고는 하는데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돼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자립에 도움이 되지만 센터까지 오가는 장애인 콜택시 요금마저 부담돼 자주 올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서씨는 “문화생활도 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일자리가 생겨 월 100만원 정도라도 벌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고 50만원만 벌어도 가능할 것 같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화성=글·사진 강희청 기자 hck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