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징인 천안문(天安門)은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네 개의 관문 중 하나이다. 1420년 명나라 영락 18년에 완공됐는데 당시엔 ‘하늘로 이어진다’는 승천문(承天門)이라고 했다. 1644년 이자성의 농민봉기군에 의해 명이 멸망할 때 불에 타 사라졌다. 청나라 순치 8년인 1651년 복구됐고 이름도 지금의 천안문으로 바뀌었다. 이때 증축된 것이 성루(城樓·성 둘레에 쌓은 토담)다.
높이 33.7m인 이 성루는 지름이 2m인 60개의 붉은색 나무기둥으로 떠받쳐져 있다. 60은 ‘60갑자(甲子)’를 상징하는 것으로 왕조가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루 지붕에는 화려한 금색 유리기와가 얹어져 있고, 용마루 양쪽에는 용·봉황·사자·기린·해마·천마·물고기·해태·후 등 아홉 짐승과 신선 한 명이 있다.
천안문 성루가 세계무대에 우뚝 솟은 때는 1949년 10월 1일이다. 국민당 정부를 몰아내고 공산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은 성루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됐다. 중국인민이 일어섰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과 중국의 ‘굴기’를 만천하에 고한 것이다. 현재 성루 아래 중앙에는 가로 4.6m, 세로 6m에 달하는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있다. 1967년부터 걸렸는데 액자까지 포함하면 무게가 1.5t에 달한다고 한다. ‘신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기 위해서다.
3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천안문 성루가 다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번 전승절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이 성루에 오르기 때문이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54, 59년 각각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국제 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늘 아래 가장 평안한 문’이라는 천안문. 그 성루에서 ‘한반도의 평안’이 활짝 열렸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天安門 성루
입력 2015-09-0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