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알렉산더] 꼬마 숙녀와 돼지의 우정·모험 담았어요

입력 2015-09-04 02:45
그림책에 그림 대신 사진이 들어왔다. 그것도 아스라한 감흥을 일으키는 흑백사진이. 사진이 갖는 생생한 사실감 때문에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이 통통한 볼이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꼬마 숙녀 안젤라. 그 날도 꽃들이 만발한 동네 주변을 친구 같은 인형 히피와 산책하던 중이었다. 안젤라는 멀리 길 저쪽에서 자그마한 자루하나가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걸 목격한다. 걸어 다니는 자루라니. 어린 안젤라의 눈에도 이상했다. 그래서 일부러 가까이 가서 움직이는 자루를 풀어봤더니 아기 돼지 한마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집으로 데려온 돼지에게는 알렉산더라는 멋진 이름이 붙여지고 둘은 친구처럼 붙어 다닌다. 시내에 나갈 때는 돼지 목에 예쁜 목걸이를 걸어주고 식당에도 데리고 가는 모습은 어른들에게는 우습기 짝이 없다. 하지만 파충류인 이구아나까지 애완동물이 된 세상이니 아이들 눈에는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돼지의 주인인 농부가 나타났다. 그리고 도살될 운명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한다. 안젤라는 알렉산더와 가출을 감행하는데….

부제는 ‘큰일 날 뻔한 행운의 돼지.’ 반전이 있음을 암시하듯 해피 엔딩이다. 안젤라와 뽀뽀하기 위해 뭉툭한 코를 내미는 돼지, 종이 상자에 돼지를 싣고 세 발 자전거로 끌고 가는 모습, 농부의 기다린 다리 사이로 깜짝 놀라는 안젤라의 표정 등 장면 장면이 몽타주 기법처럼 재미와 함께 긴장감을 높인다.

저자 림머는 1968년 ‘내 당나귀 벤야민’ 등을 내며 사진을 이용한 새로운 그림책 시장을 개척했다. 1970년 출간된 이 책은 세대를 이어가며 사랑 받는 독일 그림책의 ‘고전’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