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노인 치매진행 예측 훨씬 수월해진다

입력 2015-09-07 02:49 수정 2015-09-07 20:05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구체적인 인지 장애 유형을 확인하고 치매를 나타내는 인지기능 저하를 추적조사하기 위해 포괄적인 신경심리학적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유승호 교수팀이 문맹여부와 관계없이 노인에 대해 적용 가능한 포괄적 신경심리 평가도구인 LICA(Literacy Independent Cognitive Assessment)를 개발했다.

한 교수와 유 교수는 2008년 5월부터 12월까지 6개 대학병원과 7개 노인 및 치매관련 센터를 통해 모집한 60세 이상의 노인 762명을 대상으로 LICA를 이용한 검사를 한 결과 경도인지장애환자와 정상인의 구별이 가능했다.

인지수행능력에 대한 문맹의 영향을 고려해 개발된 LICA는 문맹과 관계없이 정상인과 경도인지장 애 환자를 구별하고 경도인지장애의 하위 유형을 판별하며 향후 치매로의 진행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유용한 신경심리검사도구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임상적 특성, 병인 및 예후 등이 다양하다. 경도인지장애는 계속 비슷한 상태로 유지될 수도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혹은 전두측두엽성 치매 등으로 진행될 가능성 또한 높은 상태다. 경도인지장애는 특성과 예후가 다양해 진단과 추적 관찰과정에서 신경심리학적 평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많은 신경심리검사도구들은 문맹을 고려하거나 문맹 노인 중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조기 진단을 고려해 개발되지는 않았다. 문맹자와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읽기와 쓰기가 포함되어 있는 복잡한 신경심리검사를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검사 결과 인지능력이 낮게 나타나 인지기능에 이상이 없는 경우라도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LICA는 문맹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해도 정상적인 노화와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문맹자 혹은 최소의 문자해독능력을 가진 노인들에서 정상적인 노화와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고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을 위한 적정 절단점수를 알아내는 등 LICA의 타당도를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는 총 LICA 점수와 대부분의 LICA 하위 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군과 대조군은 구별이 되었다. 각 군의 차별화는 연령과 교육수준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또 연구대상자를 문맹과 비문맹 군으로 나누었을 때도 정상군과 경도인지장애군 사이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다.

LICA를 문자해독 능력을 가진 환자 군에 적용할 경우 임상치매척도(CDR)에 의한 단계 별 차별화가 가능했다. 또한 LICA는 평가자 간 신뢰도와 검사와 재검사 사이의 신뢰도도 매우 높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LICA가 문자해독 여부와 관계없이 노인의 인지기능 평가 및 판정에 타당하고 신뢰도가 있는 검사임을 제시한다.

적절한 시기의 치매 진단과 전구단계 또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의 조기 확인은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에서 조기 개입을 위해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그 원인이 다양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수 있고, 안정적인 상태로 남아 있기도 하며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또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구체적인 인지 장애 유형을 확인하고 치매를 나타내는 인지기능 저하를 추적조사하기 위해 포괄적인 신경심리학적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낮은 교육수준은 치매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인지기능 보존이 더 크기 때문에 치매 증상이 명백해지기까지 더 많은 병리학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맹인 대상들에 초점을 맞춘 임상연구는 거의 없으며 이러한 성인들은 통상 치매 약물 임상시험에서 배제된다. LICA를 이용하면 장래에는 문맹자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영수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는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문맹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편이다. 현재 노인들에서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장애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경심리검사 도구는 문맹에 대한 고려 없이 고안되고 제작되어 여전히 노인에서 문맹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위해 신경심리검사를 문맹여부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국대학교병원 주도로 국내 대학병원 연구진(신경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이 LICA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문맹인 사람들에서도 자세한 인지기능 평가가 가능하도록 기억력, 언어능력, 집행능력, 주의력, 계산력 등 포괄적인 인지기능의 영역이 포함되었다. 또한 정상, 경도인지장애 그리고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노인에서의 정상규준을 제시한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표준화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