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지난해 서울에 사는 조모씨는 6살 아이를 데리고 영유아검진을 위해 예약했던 동네 의료기관을 찾았다. 앞서 조씨의 아내는 인터넷을 통해 접종에 필요한 문진표도 사전에 작성했다며, 검진기관에 가서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바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30여분을 기다려 검진을 받게 됐고, 문진표 확인을 위해 의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한참을 해도 문진표가 열리지 않아 결국은 다시 서면 문진표를 작성해 1시간 가까이 돼서야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형식적인 검진에 꼭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례는 많은 국민들이 제기하는 국가 영유아검진의 불만을 보여준다. 우선 많은 의료기관이 영유아검진기관으로 등록돼 있지만 예약전화를 걸면 꺼리는데 수고에 비해 비용이 적기 때문이 다. 이는 구강검진에서 더 심한데 검진의료기관임에도 일반검진만 하지 영유아는 안한다고 하거나, 의료기관에서 불만을 표시해 불쾌하다는 민원이 많다.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황모씨는 “구강검진기관으로 돼 있어 갔더니 영유아는 안한다고 하고, 검진을 하는 치과는 배려 없이 아이를 오랜 시간을 검진 침대에 눕혀 놓고 결국 ‘아∼’한번 하고 왔네요”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문진표 작성도 확인하려 하면 접속이 잘 안되거나, 비밀번호 오류로 인해 다시 의료기관에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의료인과 보호자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 강남의 소아과의사 A씨는 “요즘 인터넷에서 문진표 작성해 해오는 분들이 많지만 열리지 않아 뒤늦게 서류를 작성할 경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만은 검진서비스의 질이다. 많은 환자들이 형식적인 영유아검진에 문진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묻거나, 청진기로 배 한번 대보는 것이 전부인 곳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차 영유아검진을 받은 최모씨는 “1차 검진에서 문진표하나 보고 모두 양호하다고 해서 2차는 다른 소아과로 갖는데 여기는 청진기 한번 대고 15개 신체진찰소견이 양호하다고 하니 어이가 없네요. 원래 이런가요”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방태연 차장은 “건강검진을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 초기에 많은 불만이 제기됐는데 영유아 검진의 경우 일반 검진과 다르게 타깃(고혈압, 당뇨 등)이 없고, 성장과 발달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부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회피할 경우 알려주시면 실사를 나가고 사실로 확인되면 검진기관 취소사유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문진표 등 웹서비스도 여러 불만이 제기돼 9월부터는 회원가입이 폐지되고,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건강보험증에 자녀가 같이 등록이 돼 있어야 가족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건강하게 기르고 싶은데… 수고 비해 저비용, 병원 영유아 검진 기피 심각
입력 2015-09-07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