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직업을 ‘슬픈 직업’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있다. 김새별씨와 전애원씨는 정신적, 신체적 질환 또는 각종 범죄 등으로 고독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남겨진 공간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유품정리사’라고 부른다. 10여년 째 유품정리사로 일 해온 김새별씨와 전애원씨는 힘든 작업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참의미를 깨닫는다고 말한다.
유품정리사들은 주로 사람들이 회사에 출근하고 집에 없는 시간을 택해 작업을 시작한다.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나 동네에 유품정리사가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집 밖으로 물건을 한두 개 씩 내놓을 때마다 이웃들의 항의가 시작된다. 고인이 남긴 물건들을 보며 고인이 생전 느꼈을 경제적 어려움, 심적 고통 등을 이해하게 된다는 김새별씨는 죽은 자를 대하는 주변 이웃들의 행동과 생각에 불편한 시선을 던졌다. 김씨는 “우리가 작업하는 현장은 주로 자살 또는 지병으로 시체가 늦게 발견된 경우와 범죄현장이 대부분이다. 한창 작업하고 있으면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김없이 ‘죽은 사람의 물건은 재수없다’는 눈초리와 항의다. 일례로 오랫동안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다 한밤중 각혈을 하며 홀로 외롭게 죽은 경우가 있었다. 주변 이웃들은 고인이 생전에 술에 빠져 살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그의 집안 가득 쌓인 체납 독촉장들을 보며 생전 얼마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든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고,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청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평생 잘못 산 사람으로 비난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애원씨 역시 “세월호처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사고와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적 애도가 일면서 정작 내 이웃의 일에는 한없이 야박해지는 모습을 봤다. 자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고독하게 세상과 작별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 자체를 터부시하고 쓸쓸히 죽은 자를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세우는 정서에 화가 나기도한다”고 말했다.
고독하게 세상과 작별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전 씨는 “고독사, 자살 현장을 가보면 돌아가신 분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많다. 새 옷과 새 이불, 뜯지 않은 영양제 등이다. 돈뭉치를 이불장 밑에 숨겨놓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중을 생각하고 또는 자녀들을 생각해 아껴두는 것인데, 결국 생전에 사용하지 못한 고인의 귀한 물건들은 유품이 되어 버려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품은 고인이 생전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사용하지 않고 아껴둔 물건들은 더 나은 앞으로의 삶을 위한 보호책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살지 못했던 삶을 상징한다. 두 명의 유품정리사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좋은 죽음이란 진정으로 ‘나를 위해 사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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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의 사람 이야기] “고독사· 자살현장 수습하다 보면 뜯지않은 영양제·돈뭉치 많아요”
입력 2015-09-07 02:17 수정 2015-09-07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