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기간 낙태 용서” 교황 ‘파격’ 교서 논란

입력 2015-09-02 03:33 수정 2015-09-02 08:51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희년’ 기간에 한해 사제들이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낙태는 이미 생겨난 생명을 없애는 일이어서 교황의 이번 조치가 자칫 미래의 잠재적인 낙태에 대한 정당성을 키울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교황은 이날 발표한 교서에서 “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들에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한 상처를 가슴에 지니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며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기존에 낙태죄는 교구의 최고 고해 신부만이 용서할 수 있는데, 이번 희년 기간에는 모든 사제에게 낙태 여성에 대한 용서 권한이 주어진다. 이번 자비의 희년은 올해 12월 8일부터 2016년 11월 20일까지다.

교황의 조치는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가톨릭에서는 ‘성(聖) 가정’을 중요시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온전한 가톨릭 신앙생활의 핵심으로 간주해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성 가정을 꾸릴 수 없는 경우 사제가 신자들에게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가톨릭계에서도 혼배성사(결혼 미사)를 하기 전에 사제가 신자들에게 2세를 낳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예비신랑과 예비신부에게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런 전통을 유지해 왔기에 가톨릭에서 낙태는 중죄로 간주돼왔으며, 특히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 시술자는 파문 대상이 돼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