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점점 늘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아 현실에 맞지 않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전세보증금의 월세 전환율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어 법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 임대료 상승폭 제한, 임대료 결정 시 세입자 참여 등 월세가 일반화된 해외 사례를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주택임대차보호법=금리가 떨어지면서 월세 계약이 늘고 있다. 7월 기준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5.5%로 3년 전에 비해 11.5% 포인트 늘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월세전환율을 전세보증금에 대한 기준금리의 4배와 전세보증금 10%(연 기준) 중 낮은 값을 상한선으로 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1억원인 주택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기준금리(1.5%)의 4배인 6%와 10% 중 낮은 값인 6%가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이 된다. 월세로 환산하면 50만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이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전국 평균 7.5%로 조사됐다. 상한선 6%를 1.5% 포인트나 넘는 수치다. 지역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이 10%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크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전월세전환율을 시중금리에 2∼4% 포인트 더하는 수준으로 낮추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정안이 강제성을 담지 않는 한 전월세전환율 하향 조정은 실효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은 세입자와 집주인이 월세 같이 정해=일각에서는 월세가 보편화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많은 선진국에서 추진 중인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의 ‘아파트 임대료 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 임대기간이 1년인 아파트의 월세는 동결하고, 2년인 아파트는 월세 상승폭을 2%로 제한했다. 독일 베를린시도 월세를 올릴 경우 지역 평균 월세가의 10%로 제한하는 법을 같은 달 시행했다. 조 교수는 “한국 주택시장은 이미 ‘블랙마켓’(음성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임대료 상한제 같은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집주인이 세입자와 공동으로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프랑스 등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의해 임대료를 결정하는 ‘임대차 안정화제도’를 택하고 있다. 만약 실패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고시하는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정하게 돼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임대차보호법 있으나마나… 월세 상한선 비웃는 집주인들
입력 2015-09-0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