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를 바라보는 북한 시선은 매우 불편하다. 한·미·중·일이 서로 ‘국가이익’을 추구하며 치열한 이합집산 외교전을 벌이는 무대지만 북한은 완전히 고립된 처지를 실감한 채 손을 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전승절에 참석하는 북한 권력서열 6위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본격적인 대중(對中) 화해 제스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이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 것은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직후부터였다. 당시 중국이 여러 차례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대표적 친중파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잔인하게 처형해 중국을 경악하게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북한 대신 남한을 먼저 방문해 북한에 공개적인 경고를 보냈다. 2013년 5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면담한 최 비서는 북·중 간 군사적 관계를 과시하려 군복을 입고 갔다가 면전에서 “당장 옷을 갈아입으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최 비서는 이런 ‘구원(舊怨)’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 그가 군복을 입고 기념행사에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북한의 화해 제스처로는 일단 김정은(얼굴)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 전달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비서는 행정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형식적인 ‘격(格)’은 떨어지지만 실질적 권력서열이 더 우위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정부 소식통은 1일 “최 비서가 김 제1비서 친서를 들고 갈 경우 시 주석이 만나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대일 면담이 불발되더라도 중국 주요 인사를 만나 북·중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 비서를 통해 전달할 메시지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입장 표명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겠다는 분명한 스탠스를 갖고 있다. 하지만 6자회담에 대해선 ‘조건 없는 재개’라는 유연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북한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핵개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성의 표시’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의 ‘혈맹’이던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WSJ는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북한을 어느 정도까지 압박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중국이 동북지역의 불안정을 우려해 북한 붕괴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 월간지 ‘금일의 조선’ 9월호 기고문을 통해 “북·중은 미래 지향, 협조 강화의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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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2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