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헝가리… 오는 난민 철조망으로 막고 온 난민은 열차 태워 보내고

입력 2015-09-02 02:05
헝가리 부다페스트역에 31일(현지시간) 수백명의 난민이 서유럽행 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들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나라에서만 망명신청 처리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무시하고 서유럽행 열차에 난민들의 기습 탑승을 방조해 서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가 역사를 잠정 폐쇄했다. 오른쪽 사진은 난민들이 폐쇄된 부다페스트 기차역 앞에서 1일 오전 기차표를 흔들며 항의하는 모습. EPA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가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독일 등 서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열차로 이동하도록 사실상 방조했다. 첫 서유럽행 난민 열차 이동은 부다페스트 역사 주변에 2000여명의 난민이 며칠간 머물고 있었음에도 헝가리 당국이 허술하게 대응하는 사이 난민들이 기습 탑승하면서 이뤄졌다.

난민 150여명과 일반 승객 150여명이 뒤섞인 첫 열차는 이날 오후 1시30분 부다페스트를 출발했다. 열차에 오른 난민들은 헝가리가 망명신청 절차를 다룬 시리아 국적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더블린 조약이 무시됐다. 더블린 조약은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나라에서만 망명신청 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유입을 막으려 철조망 장벽을 쌓은 헝가리는 이번에는 자국에 유입된 난민을 타국으로 노골적으로 이동시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헝가리는 최근 독일이 시리아 난민은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헝가리 국경지역인 헤게스할롬에서 열차를 멈춰 세우고 탑승한 난민들을 여러 시간 조사했다. 경찰은 더블린 조약에 따라 이들이 직전에 머물던 헝가리에서 망명신청 절차를 밟는 중이라면 헝가리로 되돌려 보내고, 절차를 밟지 않은 이들에 한해서만 독일 등지로 이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보도했다.

서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커지자 헝가리는 1일 서유럽을 오가는 열차의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하고 역사를 잠정 폐쇄했다. 난민 수백명은 켈레티 역사 앞에서 ‘독일’과 ‘메르켈’을 계속 외치면서 “우리는 떠나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