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31일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됐다. 대학을 그룹으로 나눠 사실상 ‘서열화’하기는 우리나라에 대학이라는 교육 제도가 들어온 이후 처음이다. ‘정부 공인 A등급’ 대학들은 홍보에 나서고 있다. 나쁜 성적을 받은 대학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부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학 사회가 크게 술렁였지만, 개혁은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산 넘어 산이다. 평가 작업까지는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구조였다. 앞으로는 대학생, 교수 사회, 대학 교직원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지역사회 등으로 파장이 확산돼 한층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히게 된다.
당장 교육부와 대학, 교수 사회의 ‘파워게임’이 예고돼 있다. 교육부는 ‘투 트랙’으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정원 감축과 학사구조 개편이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학사구조 개편을 강조한다. 인문계 축소, 이공계 확대가 핵심이다.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춰 인력을 키워내지 못해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인문계 학과 교수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비슷한 사례가 이미 중앙대에서 발생했었다. 중앙대는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를 퇴출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개편을 시도했다가 교수 등의 반발에 부딪혔었다. 중앙대 교수뿐 아니라 다른 대학 교수들까지 연대했다.
개혁 작업은 교육부가 대학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압박 수단은 ‘재정 지원’이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으로선 거부하기 쉽지 않다. 교육부는 반발을 힘으로 억누르든 합의하든 학사구조를 이공계 위주로 개편한 대학에 재정 지원이라는 ‘포상’을 한다. 교육부는 이미 대학별로 200억∼300억원(프라임 사업 등)을 약속했다.
정원 감축이나 부실대학 퇴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지역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대학을 챙겨야 한다. 임기 중에 대학이 없어지거나 정원이 대폭 줄면 지역구의 정적(政敵)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다. 지난해 4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현 여성부 장관)이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교수노조 등이 2일 교육부가 아닌 국회 앞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비판 및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 보장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를 계기로 국회를 설득해 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불량 대학’으로 지목돼 재정지원이 끊긴 대학 66곳의 지역구 의원들은 부담스럽다. 교육부 관계자는 “많은 의원들이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자신의 지역구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분석]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 파장… 정부·대학·교수사회 ‘3각 충돌’ 예고
입력 2015-09-02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