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체계 개편] 진료의뢰서 유료화되면 ‘대형병원 쏠림’ 해소될까

입력 2015-09-02 02:45

진료의뢰서는 병·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상급 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에 환자를 보낼 때 작성해 주는 문서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떼지 않고 전국 43개 상급 종합병원에 바로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진료의뢰서 발급이 무료인 데다 특정한 양식이 없어 환자들이 ‘큰 병원’을 옮겨다니는 ‘의료쇼핑’ 수단이 돼 왔다. 의사들은 환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진료의뢰서 발급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진료의뢰서에 ‘수가’(의료행위 대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비용)를 매겨 유료화하고 양식을 통일하는 등 관리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의뢰서를 놓고 수가 심사를 하면 불필요한 발급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환자들도 그동안 무료로 떼던 진료의뢰서에 일정액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1일 “현재는 어떤 환자가 어떤 경로로 (상급 종합병원에) 갔는지 추적할 수 없다. 진료의뢰 수가가 만들어지면 행위 자체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진료의뢰서가 한 번 발급되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병으로도 진료가 가능하게 돼 있다”면서 “앞으로는 매번 수가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급 종합병원에서 동네 병·의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낼 때 매기는 진료의뢰 수가(현재 1만원)는 인상된다. 그동안 상급 종합병원들은 낮은 진료의뢰 수가, 진료수입 감소 등을 우려해 좀처럼 하급병원으로 환자를 회송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수가 인상이 이뤄지면 대형병원에서 치료가 끝났거나 감기 같은 경증 환자는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상급 종합병원 진료의뢰 수가 신설이 ‘대형병원 쏠림’을 막을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의사들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발급한 진료의뢰서를 어떻게 심사할지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 환자가 진료의뢰서 발급을 원하면 동네 병·의원에서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가정의학과와 치과, 응급실 등은 진료의뢰서 없이도 상급 종합병원에서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방역체계 개편안에서 빠졌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