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실리외교-기획] ‘주도적 외교’로 한국 입지 탄탄히 다진다

입력 2015-09-02 02:10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집권 후반기 정상외교의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중국의 ‘대국굴기(大國?起)’와 미국의 ‘재균형(re-balancing)’ 또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 속에서 우리 외교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주도적 외교로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박 대통령은 우선 중국이 줄기차게 구애해온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결정을 통해 한·중 관계를 다시 한 단계 격상시킬 계기를 마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의 역할, 중국 내 독립항쟁 역사 등을 모두 감안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관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이 있지만 동시에 반대급부로 우리가 북한, 동북아 정세 대응과정에서 얻는 성과도 무시할 순 없다. 청와대가 ‘주도적 외교를 통한 동북아 정세의 선순환적 발전’을 이례적으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할 예정이다. 최근 군사적 위기와 남북 대화국면 등 예측이 어려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선 중국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논의를 진전시킬 계기도 된다. 3년째 3국 정상회의체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10∼11월 서울 또는 제주도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지만 중국은 그동안 여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중국 역할론’으로 ‘중국 경도론’ 불식=문제는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의 ‘중국 경도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결정은 포괄적 전략동맹인 한·미동맹에 미세하나마 균열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미 정부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불편한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이례적으로 일찍 발표하는 등 미국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고리로 미국 측에 우리 정부의 중국 밀착 스탠스를 설명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31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또 미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국 협의를 강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른바 ‘중국 역할론’으로 ‘중국 경도론’을 불식시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적극적 ‘이원외교’ 실행 필요=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외교가 가야 할 길은 한국형 실리외교인 ‘이원외교(dual diplomacy)’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관리 등 밀착된 한·중 관계의 필요성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가 인도처럼 ‘중립외교’ 또는 ‘균형외교’를 추진하기엔 근본적 한계가 있고, 이는 또 미·중 모두에게 불신을 줄 수 있는 만큼 우리가 적극적으로 미·중 간 공통 이익의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안별로 개별 대응하는 이원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중 관계가 과거 전략적 경쟁과 견제에서 실험적인 협력과 발전 중심 구조로 바뀌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의 이원외교 역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