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 평가 잣대 신학대 일률 적용 안돼”…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독대학들 ‘후폭풍’

입력 2015-09-02 00:10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의 후폭풍이 기독대학들에도 거세다. 한세대 성결대 부산장신대 고신대 등은 기독대학 중 최고인 B등급을 받아 고무된 상태다. 반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D+와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기독대학 중 루터대와 서울기독대를 E등급, 한영신학대를 D등급으로 평가했다. 나사렛대와 그리스도대에는 D+등급을 부여했다. E등급은 정원을 15%, D와 D+등급은 정원을 10% 감축해야 하며 장학금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거나 줄어든다.

서울기독대는 이번 평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의제기를 통해 학교 명예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은 “이번 평가에서 0.17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E등급을 받았다”면서 “여기에는 (학교운영 등의 문제로) 행정제재를 받아 0.286점이 깎인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는 2012년 행정처분 받은 내용이 중복 처리된 것으로 교육부에서 행정착오를 한 것”이라며 “31일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대학이지만 80년 동안 다음세대 교육에 최선을 다하며 졸업생들을 배출했다”면서 “현재 학교는 빚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운영도 정직하게 이뤄지고 있다. 졸업생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루터대는 대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철환 루터대 이사장은 “우리는 힘없는 대학”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민감한 문제여서 어떻게 대처할지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터대 관계자는 “루터대는 기독교한국루터회에서 설립한 대학”이라며 “학교가 없어지면 새로운 학교를 만들 수밖에 없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영신대는 이번 평가가 신학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대학과 동일한 지표로 이뤄진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평가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학 역량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영신대 기획실 관계자는 “신학대들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원대학 등 별도의 그룹으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차후에 대응할 문제이고 당장은 교육부의 평가결과를 수용하고 학교 발전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신대는 내부 시스템 개선과 경쟁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등급 중에서는 가장 나은 D+등급을 받은 나사렛대와 그리스도대는 미비점 보완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도대 기획처 관계자는 “교육부 평가에 문제가 적지 않아 이의제기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이와 별도로 인력 구조조정 등 개혁을 추진하고 교육부 컨설팅을 통해 그동안 놓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렛대 관계자는 “정량평가에선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정성평가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향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학생과 달리 국가 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신·편입생에 대해선 학교 차원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D등급 우려가 제기됐던 총신대는 정원을 7% 감축해야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C등급 평가그룹에 해당하는 조치다. 총신대는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분규대학 등의 이미지로 인해 정성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D등급 이하로 분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영우 총신대 총장은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우려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부실대학, 분규대학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세영 김아영 전병선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