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빼돌린 재산·소득 자진신고 땐 처벌 면제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마세요”

입력 2015-09-02 02:30

정부가 다음 달부터 6개월간 해외에 숨겨둔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마지막으로 실토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해외 탈세에 대한 최후통첩인 셈이다. 정부는 해외 소득 등 파악조차 안 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동시에 세수 증대 효과까지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해외 소득과 재산을 자진신고하고 세금을 내면 가산세와 처벌을 면제받게 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 공동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해외 소득을 국내 소득과 합산해서 신고해야 하고 해외 금융계좌의 잔액이 10억원 이상이면 신고의무가 있다.

정부는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따라 내년 9월 미국, 2017년 영국을 비롯해 조세도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 50여개국에서 금융정보를 받기에 앞서 신고기한을 놓친 사람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최 부총리는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따른 해외 과세 정보의 본격적인 획득에 앞서 단 한 번의 자기 시정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고 대상자는 세법상 신고·납부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 거주자와 내국 법인이다. 국제 거래 및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 세법상 신고의무가 있는 국외 재산(상속, 증여 포함)이 신고 대상이다. 다만 횡령, 배임 등 중대범죄와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면 이번 관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납세지 관할 지방국세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납한 세금과 지연 이자 성격의 가산세만 납부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12년 해외에서 벌어들인 사용료 소득 10억원을 해외 금융계좌로 빼돌린 우리나라 법인이 자진신고한다면 당초 내야 할 세금 2억2000만원(10억원×법인세 22%)에 납부불성실 가산세(2억2000만원×10.95%×3년) 7000만원까지 2억9000만원을 내면 된다. 반대로 이번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 명단 공개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세금도 늘어난다. 2억9000만원에 부정행위에 대한 가산세(2억2000만원×40%) 9000만원, 과태료(10억원×4%×3년) 1억2000만원까지 더해 총 5억원을 내야 한다.

자진신고로 정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추적이 어려웠던 역외 세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박근혜정부가 강조해 오던 지하경제 양성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는 지난해 자진신고제로 6억 호주달러(약 50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봤다. 이를 역산하면 은닉돼 있다가 드러난 소득은 4조원 정도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15개국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 상당한 역외 세원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다자간 정보교환을 통해 상당한 정보가 오가면 탈세자들이 조사받을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