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서 새로운 ‘아웃사이더’가 부상하고 있다. 은퇴한 흑인 신경외과 의사인 벤 카슨(64·사진)이다.
카슨은 몬머스 대학이 지난 27∼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공화당 성향 유권자 405명을 상대로 실시해 3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23%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주는 각 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코커스(당원대회)를 내년 1월 맨 먼저 개최해 대선 초반 판세를 읽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이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주자들 가운데 늘 아이오와주 1위를 지켰으나 이번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 조사에서 카슨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81%에 달했다. ‘비우호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답은 6%에 그쳤다.
앞서 30일 공개된 블룸버그와 아이오와주 지역신문인 디모인 레지스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카슨은 트럼프(23%)에 이어 18%로 2위에 올랐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와 카슨은 공직을 맡은 적이 없는 비정치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다혈질에 튀는 발언으로 좌충우돌하는 반면 카슨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온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의회전문매체인 ‘더힐’은 최근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서도 트럼프와 카슨이 각각 전국적으로 1, 2위를 차지한 사실을 들어 “공화당 초반 경선에서 정치적 아웃사이더들이 기성그룹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슨과 트럼프가 처음으로 공동 선두를 한 것이 ‘트럼프 현상’이 끝나 가는 조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저명한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도 “카슨이 그동안 언론매체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도 급격한 지지율 상승을 보였다”며 “앞으로 언론의 보도까지 몰리면 트럼프는 어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을 1일 추가로 공개했다. 7000쪽 분량의 이메일에는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에 대한 불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의견 등 개인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논쟁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트럼프 임자 만났나… ‘온건’ 벤 카슨 급부상
입력 2015-09-02 02:07